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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12. 2022

가난이 어때서?

지난번 여고동창 모임에 대한 글에서 잠깐 언급이 되었었다. 가난한데 어떻게 좋은 학교를 갔냐고 물었던 친구의 질문이 있었다. 학교는 늘 시험을 쳤고 우리 학교는 지역에서 유일한 공립학교였다. 내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갈 때는 시험을 쳐서 고등학교를 갔다. 중학교는 미션스쿨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죽기 살기로 해서 고등학교를 갔고 기숙사를 가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해서 결실을 맺었을 때 많이 울었다.


집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적어도 40분 거리에 버스를 타고 다니면 돈도 들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난 기숙사를 꼭 가야 하는 학생이었다. 기숙사는 성적과 집과의 거리를 따져서 들어가는 곳이어서 난 절박했다. 결국은 중학교 성적이 절실했기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 반에서 같은 고등학교로 간 친구는 딱 1명이었다. 우리는 같은 반이었으면 좋겠다 했지만 다른 반이 되어서 만나기까지 일 년이 더 걸렸다.

낯선 반에서 그렇게 3년을 걸려서 졸업을 했다.


지난번 여고동창 모임에서 친구들은 내게 가난에 대해서 질문했다.

난 별로 감흥이 없었다. 사실이었고 그렇다고 그게 내 앞길을 막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았다.

토요일이면 담임 선생님은 문예 창작과에 가서 응시를 하라고 기차표까지 끊어 주셨고 어차피 떨어질걸 아셨지만 그것도 경험이라고 다녀오라고 하셨고 난 그게 좋아서 공식 아닌 공식으로 자리를 비웠다.

친구들은 그게 부러웠다고 훗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상도 탔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부러워했다. 그렇다고 내가 문창과를 가는 건 아니었기에 다만 학교 동아리가 신문 동아리기에 그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었다.


나에게 대학을 질문한 친구 옆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넌 가난이 불편하지 않았니?"

난 "아니"

친구는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난 "가난은 불편하지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주기도 해"

친구는 "너무 낭만이다"

난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생각이 정말 들어"

친구는 "언제부터 가세가 기운 거야?"

난 "글쎄.. 내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친구는 "너 아직도 명품은 안 들고 다니는구나?"

난 "응"

친구는 "우리 나이에 하나는 들고 다녀, 너 그렇게 질색팔색 하는 것도 병이야"

난 웃으며 "내가 명품이 돼야지 , 들고 다니면 뭣하냐. 그리고 나 명품 하고 안 어울려"

친구는 "그런가?" 자신의 가방을 돌아봤다.


옆자리 친구는 "하여튼 몽접이 애 독해"

친구들은 "그래도 낭만도 있었지"

또 그 옛날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난 그게 싫어서 "그만해라 오늘 내 생일이야?" 웃으며 넘겼다.

그때 친구가 "그래 이제 살만 하고?"

난 "어느 정도"

친구 u가 말했다. "우리 집 원래 사업 크게 했잖아. 그런데 망하고 나 그때 진짜 죽고 싶었거든. 그런데 살아지더라. 오죽하면 우리 엄마 아빠 야반도주하자고 하셨겠어. 그런데 가면 갈 때는 있고? 그래서 그냥 옴팡 뒤집어쓰고 있었지. 그리고 독하게 버티고 그러니까 어느 날 짠 하고 새날이 오더라고"

쓴웃음을 보이는 u는 나에게 "몽접아 너는 어떻게 버텼니?"

나는"그냥 시간이 약이었어"

너무 담담하게 말한 게 재미가 없었는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k가 내게 물었다.

"너 진짜 인생역전이다" 

난 "아닌데"

친구는 놀란 표정으로 봤다.

"인생 역적은 원래 없었어. 내가 마음으로는 져본 적이 없거든. 그래서 졌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리고 난 그 자리를 나왔다.

남들은 기름보일러를 틀어서 사용할 때 우리는 연탄을 사용했지만 덕분에 더 열심히 살았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았다. 가난해서 불편했지만 지금의 내 글을 쓰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힘들었을 우리 부모님은 티 한번 안 내시고 밝게 키워주셨다. 감사드린다.

가난이 어때서?

글쎄. 난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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