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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13. 2022

밥벌이가 멀미를 이겼다.

난 멀미가 심한 사람이다. 시내버스를 타도 멀미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늘 난 내 가방에 멀미약을 들고 다닌다. 엄마는 내 멀미를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생각하신다. 걱정을 하시며 한약이라도 먹으라고 하시지만 그건 너무 오버라고 난 늘 말한다. 하지만 내 멀미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직장까지 딱 2시간이 걸린다. 최대한 밀리면 2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고민을 엄청했다. 그냥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할까도 생각을 했지만 직장 근처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서 불편하다. 그래서 난 그냥 내가 원래 살고 있는 집에서 다니기로 했다. 처음에는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합격하고 처음 버스를 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최종 면접을 보고 보름 후 결과를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고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어떻게 갈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래서 난 내가 갈 수 있는 최단 거리를 찾았는데 그게 2시간의 거리였다. 한숨이 나오는 건 기본이고 멀미가 심해서 견딜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일단 난 자동차 면허증이 없다. 대학 때 기본 면허증을 따겠다고 도전했다가 s자 코스에서 잦은 탈락이 있어서 도중에 그만두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그래 그냥 버스 타고 택시 타고 다니자, 나 같은 길치와 방향치는 대중교통이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면허를 땄어야 했다. 인생은 참 모른다. 결국 난 버스를 선택하고 정류장까지 가서 몇 번의 확인을 하고서 그렇게 떨면서 쉬는 구간 구간을 확인하고 마지막 코스에서 내리며 내 확인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서야 긴장을 조금은 풀 수 있었다.


문제는 퇴근 첫날이었는데 캄캄한 밤에 돌아가는 버스를 반대 구간에서 타서 차고지까지 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결국은 택시를 타야 하는 사고를 쳤다. 그 이후 난 몇 번이나 확인을 하고 버스 기사님께도 여쭤보고 탔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 그렇게 내 여정은 오래 걸리면 2시간이 되는 여정이다 보니 내 기상 시간은 오전 6시이다. 무조건 6시이다. 그러다 보니 퇴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다음 입을 옷을 세팅을 하고 다음날 해야 할 일을 냉장고에 포스트잇에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물 한잔 먹고 출발, 버스에 앉으면 노트북 들고 일을 시작한다. 만약 그전 일을 다 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가기 전에 다 해야 하니 이런 일은 아주 가끔 있다. 이럴 때는 멀미약을 미리 사두기 때문에 아침에 챙겨 먹고 출발한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을 하고 아침 회의를 준비하고 내 일터는 바쁘게 돌아간다.


친구들은 내게 그러지 말고 회사 근처로 옮기라고 한다. 하지만 난 싫다고 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내가 제일 빨리 학교를 갔다. 그러니까 반에 도착을 했다. 기숙사라서 제일 빨리 밥을 먹고 교실에 도착해서 청소를 하고 앉아 있거나 잤다. 그래서 열쇠를 담임 선생님께서 주시면서 당부를 하신 적이 있으셨다.

알고 보면 이것도 다 집안 내력인 듯하다. 성실함. 엄마나 아빠는 늘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성실함이 최고다라고 생각하셔서 늘 일찍 일어나서 성실하게 살아라,라고 하셔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기숙사 친구들은 가장 가까이 학교가 있으니 지각을 하는 친구들도 가끔 있었는데 난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나 싶다. 학교는 8시부터 수업에 밤 12시 자율학습까지 하고 끝났다. 고3 때는 정말 힘들게 살았다. 그래도 다들 우리나라 고3의 현실이니 받아들이고 살았는데 그때도 제일 먼저 갔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제일 빨리 회사에 도착해서 일을 하고 미팅 준비를 한다. 그래서 자료의 소홀함에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을 한다. 아침 회의가 끝나면 개별적인 일들로 바쁘게 돌아간다.


먹고사는 게 힘들다.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도 한숨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휴 갔다" 하면서 퇴근을 한다. 그러고 또 2시간의 여정을 간다. 퇴근에는 거의 다운이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어학공부를 한다. 요즘 스페인어 공부가 필요해서 바짝 공부 중이다.



먹고사는 게 쉬운 거라면 그게 어디 현실이겠는가, 꿈이겠지. 불현듯 눈물도 나고 불현듯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는 이 두 시간의 왕복 거리에서 난 오늘을 산다. 결국 밥벌이가 멀미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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