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Dec 13. 2022

아빠는 술이 싫다고 하셨어

우리 아빠는 애주가셨다. 정말 술을 즐기는 사람이셨다. 내 글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꿀꿀이 슈퍼집에서 다 같이 모여 앉으면 막걸리로 파전에 그냥 쭉쭉 한 잔을 낭만으로 드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정말 술을 즐기네" 하시며 같이 마시는 사람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그런 분이셨다.

아빠는 그 술에 대한 내막은 아마도 할아버지의 유전이라고 하셨다. 할머니도 약간은 드시는데 아주 술에 약하셔서 소주 한 잔만 드셔도 취하시고 심지어 우리 큰 어머니는 음료수도 못 드신다. 그래서 처음 며느리를 보시면 "술을 좀 하느냐?"라고 물어보신다. 우리 엄마는 젊었을 때는 좀 드셨는데 위암을 겪고서는 아예 끊으셨다. 술이라는데 먹기 나름이고 자기 통제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빠는 늘 이유가 있었다. 뭐 예를 들면 월급이 오르면 올랐다고 한 잔 내리면 내렸다고 한 잔 , 늘 이유가 있어서 엄마는 아빠 술 값만 모아도 뭘 사겠다고 하셨다. 그런 아빠가 어느 날 회사에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와 난 놀라서 뛰어갔을 때 이미 병원에 계셨다.

우리는 의사를 찾아가서 병명을 들었다. 가벼운 음주성 스트레스성이었다. 엄마는 누워있는 아빠에게 "그러길래 그만 먹으라니 그렇게 먹더니" 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그러고 아빠는 거짓말처럼 술을 줄이셨다. 역시 가장의 힘은 대단하다.


아빠는 거짓말처럼 그 후 매일 운동을 하시며 술에 대한 욕심을 줄이셨다. 꿀꿀이 슈퍼집은 늘 그렇듯 인심이 넘쳤다. 남자들이 모이면 늘 한잔씩 하지만 아빠는 가족하고 한 약속 때문에 받아만 놓으신 술잔에 침만 삼키시고는 자리를 파하셨다.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또 넌지시 "그러지 말고 약간씩 한잔 해 너무 그러면 정 없어 보여" 하시고는 넘기셨다.

아빠는"그런가" 하시며 그날을 마무리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셨다. 그래서 우리 딸들은 늘 아빠에게 장갑을 사드렸다. 자린고비인 우리 집에서 돈을 모으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어쩌다 오시는 친척분들이 돈을 주시면 알토란 같이 돈을 모아서 제일 싼 집에 가서 장갑을 사서 드렸다. 그럼 아빠는 작년에 그렇게 이용을 하니 따뜻했는데 좋구나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해도 다르지 않았다. 다르다면 그해는 뜨개질 장갑이 아닌 가죽 장갑을 사드리고 싶어서 우리는 시장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 작은 시장에서 우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물어보고 만져보고 그렇게 해가 질 때 즈음에 우리는 큰 결심을 하고 우리 돈에서 가장 큰돈을 쓰기로 하고 가죽 장갑을 샀다. 그리고 저녁을 먹을 때 아빠에게 "아빠 선물" 하며 건네었는데 아빠는 돈도 없는데 왜 이런 걸 샀냐며 말씀을 그렇게 하셨지만 정말 좋아하셨다.

그렇게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내 동생은 "언니 우리가 돈을 모으길 잘했어" 하며 서로 기특하다고 웃는 동안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그날은 아빠가 다른 날 보다 늦게 들어오셨다.

엄마는 아빠에게 "아휴 또 술이네 안 먹던 술을 왜 드셨어" 하시며 아빠를 부축하셨고 아빠는 "아니 우리 직원이 오늘 사직을 해서 그래서 연탄불고기 집에서 한 잔 했지" 하시며 술을 한 잔 하셨다.

그리고 자전거는 집 앞에 그렇게 덩그러니 있었다.


자고 일어나니 눈이 소복이 내렸고 우리는 "눈이다" 하며 눈을 쓸며 동글동글 말아서 눈사람을 만들었고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들어갔는데 아빠와 엄마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

아빠는 "아니 이게 어딜 갔지?"

엄마는 "잘 찾아봐요. 그게 어딜 갔겠어. 가방이나 주머니"

아빠는 정말 낯선 표정으로 정신이 없어 보이셨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밖에 눈이 왔어"

엄마는 "응" 하시며 아빠와 함께 뭔가를 찾고 계셨다.

그리고는 얼마 되지 않아서 아빠는 "맞다 그 고깃집!" 하시며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시고 두 분은 급히 어디론가 가셨다.

몇 분이 흘렀을까 두 분은 터벅터벅 집으로 오셨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어디 갔다 와?"

라고 물었고 엄마는 "너희 아빠 너희들이 선물해 준 장갑 잃어버리셨다"

아빠는 면목이 없다시며 한숨을 쉬시며 자리에 털썩 앉으셨다.

나와 여동생은 "아빠 그거 제일 비싼 장갑이었어.." 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였다.


아빠는 "미안하다 다 그놈의 술 때문이다" 하시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날은 저녁도 드시지 않으시고 나오시지도 않으셨다.

엄마는 "그렇게 안 드시면 장갑이 나와요?" 하시며 부추기셨지만 정말 안 드셨다.

아빠는 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 보리차를 드시며 "다 술 때문이다 술이 싫다" 하시며 정말 그 이후로는 술을 거의 끊으셨다.


다시 잠깐 드신 시간이 있으셨는데 그건 엄마의 위암 소식을 듣고 잠깐 드셨다.

삶에 회의를 느끼신다며 드셨다. 그래서 그때 아빠는 잠시 드시다가 정신을 차려야지 하시며 지극정성 엄마를 간호하시고는 더 이상 술을 드시지 않으셨다.


지금은 더덕주 인삼주 술을 담그시긴 한다. 그런데 당신은 거의 한 잔 정도 나머지는 친척들이 오시면 상에 올려놓는 수준이다. 그래서 술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신다.

그리고 다 늦은 그 장갑 사건을 아직도 언급하시며 "내가 딸들에게 대못을 박았지, 그래서 끊었어" 하시며 웃으시며 말씀을 하시는데 난 이제 잊으라고 하지만 아직도 맘에 남으셔서 "난 술이 싫다" 하시고는 드시지 않으신다. 대신 수정과를 즐겨 드신다. 계핏가루를 즐겨 드셔서 엄마가 직접 담근 수정과를 즐겨 드셔서 자주 하신다.


엄마는 아빠의 성격을 아시고 더는 술을 권하시지 않는다. 연말에는 다 같이 모여 밥을 먹기로 했다.

아빠는 벌써 맘이 붕붕 뜨셔서 이것저것 이야기하셨지만 딱 하나 "술은 금지다" 하셨다.

우리는 웃으며 "엄마 수정과 한 잔 하면 되지"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의 이전글 밥벌이가 멀미를 이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