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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21. 2022

 만삼천원치의 행복

엄마가 오랜만에 올라오셨다. 외삼촌 댁에 일이 있으셔서 오셨다. 오빠분들과 격조하게 지내시다가 올라오셔서 흥이 나신 엄마는 오랜만에 입지 않으시던 코트를 입고 오셨다. 늘 패딩을 입으시더니, 난 그 모습에 "엄마" 엄마는 "어때? 아빠가 이번에 사줬어, 내가 몰랐는데 전화가 온 거야 그래서 깜짝 놀랐지. 아니 낯선 번호에서 코트 찾아가라고 해서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다니까" 웃으시며 미소가 만개를 하셨다. 


난 "아빠가?" 나도 의아해서 엄마는 "응,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원래 흥은 있어도 이렇게 서프라이즈는 잘 모르는 양반이 나 간다고 미리 돈까지 내놓고 참.. 그런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건지.. 아 몰라 그래서 이렇게 입고 왔지" 엄마는 한껏 자랑을 하셨다.

난 "엄마, 엄마 초년에는 고생을 하셨는데 말년에는 아빠덕을 보는 것 같아. 아빠 이제 술도 그렇고 산 타는 재미로 엄마랑 다니시고 좋잖아"

엄마는"왜 아니니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한다더니"

그렇게 엄마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엄마가 들고 오신 김장김치를 썰어서 밥에 얹어 먹으며 지난날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이번 김장은 할머니댁에서 하셔서 정말 허리가 부서질 정도로 하셨다. 그래서 징글징글하다 하셨지만 또 혼자 사는 딸에게 오신다고 몇 가지를 들고 오셨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오셔서 피곤한 엄마, 어느 사이에 잠시 눈을 붙이고 계셨다.

엄마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주름살이 많았다. 난 속으로 '아이크림이라도 바르시지' 했지만 엄마도 그렇게 뭔가를 꾸미는 분이 아니라서 삶의 주름이 손가락이 관절염이 보였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나니 엄마에게 뭔가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아무 생각 없이 마트에 갔다.

이런 딸기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앙큼한 녀석들, 가격이 너무 후들후들했다.

내 지갑을 또 얇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나온 이 딸기를 어떻게 해야지, 사실 엄마가 제알 좋아하시는 과일이 딸기이다. 그래서 딸기잼도 만들어 드시고 하지만 겨울에는 딸기 안 드신다.

비싸서 그렇게 먹는 건 먹으면 속으로 들어가도 소화가 안된다고 웃으시며 패스를 하시고 딸기값이면 귤 한 상자 산다고 하시면서 장터를 돌고 돌아서 결국 감귤 한 박스를 사 오셨다.

그래서 이렇게 겨울이 시작되면 아빠는 "딸들 여기 봐라 , 귤이다. 마음.. 껏 먹어라" 하시며 손수 귤을 닦아서 주셨다.

하지만 이제 다들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고 그것도 다 추억이 되었다.


마트에서는 크게 울리는 딸기에 대한 이야기가 귀를 울렸고 난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사기로 결심을 했다. 가격은 만삼천 원, 그래 이러려고 돈을 버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계산을 했다.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집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어느 사이 또 독서를 하고 계셨다.

"엄마 좀 더 쉬고 계시지"

엄마는 "넌 내가 늘 느끼지만 올 때마다 책이 늘어"

난 "그렇지.. 아직 못 본 책도 있어"

엄마는 "손에는 무엇인가?"

난 웃으며 "딸기"

엄마는 "세상에 세상에 요즘 엄청 비싸"

난 "알지"

엄마는 딸기를 보시더니 "아 이거 안 먹을 수도 없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그래 그럼 이걸로 크리스마스 퉁 치자!!"

난 "갑자기?"

엄마는 "그래, 비싼 딸기 딸이 사준 건데 이 정도면 오케이!"

난 웃으며 "받고 싶었던 있고?"

엄마는 "아니"


그렇게 나와 엄마는 만삼천 원 딸기를 먹으며 웃으며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제철과일이라고 먹어보지도 못한 시절에는 자식들에게 그렇게 미안하셨단다. 그러다 겨울이라고 감귤 한 박스를 사겠다고 장터를 돌고 돌아 아빠와 살 때는 그렇게 좋으셔서 정말 마음이 하늘을 날으셨단다.

이게 부모 마음이겠지 하고 생각하셨을 때 외할머니가 생각나셨는데 외할머니도 그렇게 딸을 위해서 감귤을 주시며 "많이 먹어라 오빠들은 내가 챙기마" 하시며 귤을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해 따로 한 박스를 사셨다고 한다. 그걸 많이 샀다고 뭐라 하지 않으셨던 외할아버지는 고명딸인 엄마가 정말 귀해 떨어지기 무섭게 사셨다는데 그렇게 귀하게 자라서 결혼할 때는 외할머니보다 외할아버지가 더 많이 우셨다고 한다.


엄마는 이제 손자 손녀 보면 더 많이 웃으시고 우리를 키울 때보다 더 좋으시다고 한다.

딸기를 먹으며 엄마는 "우리 딸 성공했네" 하시며 활짝 웃으셨다.

난 "그러게" 하며 맞장구를 쳤는데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

엄마를 웃게 하는 게 딸기 한통이라니.. 그래 뭐 큰 게 중요하겠는가 마음이 중요하지, 결국은 엄마의 행복은 만삼천 원어치였다. 감사합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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