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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29. 2022

나의 뮤즈, 나의 엄마

사람들은 나에게 글에서 엄마 이야기를 왜 그렇게 많이 쓰냐고 묻는데 글쎄.. 같은 여자라서 이 글을 보면 우리 아빠는 내 지분은 왜 없어?라고 하시겠다. 그런데 아빠를 싫어하거나 미워서 아니면 추억이 없어서 안 쓰는 건 아니고 내가 엄마에게서 받은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를테면 공자 같은 말씀을 하셨던 게 우리 엄마시다.

일단 내가 살면서 느낀 첫 번째는 우리 엄마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시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엄마 우리 짜장면 언제 먹어?"라고 물으면 엄마는 "한 달 뒤"라고 말씀하신다. 그럼 여동생은 "진짜, 엄마 조금 더 당기면 안 될까?" 하면 엄마는 칼같이 "돈 없어"라고 하신다.

그런데 정말 한 달 뒤에는 짜장면을 먹었다. 

어느 부모나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라고 교육을 하실 거다. 우리 엄마는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난 칼 같은 엄마에게서 행동과 말을 그렇게 배웠다.


한 번은 크게 충격을 받은 게 있다. 여동생과 내가 3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서로 투닥거리면서 싸웠는데 별것 아닌 것이긴 하지만 그게 싫으셨는지 엄마는 우리 자매를 부르셨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엄마는 바지를 그 자리에서 종아리까지 걷어 올리시고는 대나무 싸리채를 우리에게 주시며 "내 훈육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으니 이 엄마의 종아리를 치거라, 아니면 너희들이 계속 싸우든지" 너무 심한 충격이라 그날 이후로는 싸우지 않았다. 엄마는 그날 그 가계부에 자신의 훈육에 대해서 짤막한 글을 적으셨는데 옳고 그름에 대해서 적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엄마는 우리를 교육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중고등학교를 가면서 학교 공부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를 하라고 하셨고 사교육에 대해서 언급이 없자 은근히 학원에 대해서 물어보시기도 했지만 집안 분위기가 워낙에 방목이다 보니 우리가 더 어색했다. 


엄마는 웃으시며 "공부 못 하면 어때? 효녀면 됐지" 하시며 늘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시려고 노력하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천자문이나 논어를 좋아하셔 외할머니 때부터 받은 수업을 우리에게도 전달하셔서 무슨 문제가 있거나 잘못이 있으면 천자문이나 논어를 써서 스스로 깨우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한문이 익숙해서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신문이 국한문 혼용이었는데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엄마는 나름 큰 그릇을 그리신 거다.


내가 가장 힘들 때가 대기업을 그만두고였다. 남들은 그 좋은 회사 왜 그만뒀냐고 그렇게들 많이 많았지만 엄마는 한마디로 끝내셨다. "잘했다" 그리고는 더 물어보지도 않으셨다. 이건 아빠도 마찬가지셨다. 그래서 나중에 물어보니 엄마는 "자식을 믿어야지 회사를 믿어?"라고 하셨다.


그리고 백수 아닌 백수로 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묻지 않으셨다. 어떤 공부를 한다고 노량진을 갔는지 그냥 그저 안부를 물어보실 뿐 그래서 그게 더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신 적이 있다고 나중에 회고하셨다. 


하지만 내 성격에 엄마에게 거의 이야기를 했고 아마도 길면 몇 년에 걸쳐서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엄마는 또 "시험이 한 번에 붙으면 그게 시험이야, 그냥 네가 가고 싶으면 투자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셨다. 덕분에 엄마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잔소리가 없으셨다.


합격을 하고 이직을 했을 때 제일 먼저 축하전화를 해주신 것도 엄마셨고 폰을 바꾸고 번호를 바꿨을 때도 제일 먼저 전화를 해서 "딸 축하해"라고 말씀을 해주신 것도 엄마셨다.

그래서 늘 내 번호에 1번이다.

엄마는 나의 뮤즈이다.


어렸을 때 존경하는 인물은 헬렌켈러였다. 늘 그래서 6년을 헬렌켈러를 적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엄마이다. 엄마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구김살 없이 키워 주신 것도 감사드리고 고비 때마다 아무런 말씀 없이 믿어 주신 것도 감사드린다.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태어나 없는 것 있는 것 다 팔아서 키워주신 것도 감사드린다.

부모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그래서 여기라도 이렇게 적어본다.

나의 뮤즈 나의 엄마.


올해 저의 브런치는 이 글로 마감입니다. 다음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나은 글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구독해주시고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늘 좋은 답글과 라이크 그리고 지켜 봐주시는 분들께 끝없는 감사함으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올 한 해 저도 생각이 많았고 하고 싶었던 것들도 많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마지막 글은 저를 키워주신 저의 엄마에게 보내는 글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좀 더 나은 글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 몽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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