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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7. 2023

난 커피 쿠폰을 만들지 않는다.

"고객님 왜 쿠폰을 만들지 않으세요, 저희 쿠폰 만드시면 10잔에 한 잔은 무료인데 자주 오시는데.."

그렇다. 우리 집 근처에 들리는 커피집 사장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스타벅스가 우리 집 근처에 3곳이나 있지만 개인적으로 3곳보다 더 맛있다고 자부하고 가끔 들리는 곳이지만 잦은 비에도 옷은 젖는다고 어쩌다 가도 10잔은 되는 카페이다.


이 집의 특징은 파리처럼 실외에서 멋스럽게 먹을 수 있고 인테리어나 그림들이 좋아서 가끔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난 가면 주로 가서 커피멍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 구경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한 시간을 앉아 있으면서 나름 일주일 스트레스를 풀고 오는데 사람들은 쿠폰을 적립한 걸로 공짜로 마시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한잔이 어디야? 하는 생각에 그런데 하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나도 커피쿠폰을 많이 했다. 점심 먹으면 대게 커피나 음료를 마시니 적립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이 쿠폰에 내가 노예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쿠폰에 찍히는 그 도장이 '너 다음에도 와야 해'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서 부담이 되었다.


언젠가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카페에 개성은 넘쳐나고 이 집 말고 저 집에선 어떤 맛일까? 궁금해도 쿠폰이라는 제도에 난 결국 찍어버리지 못하면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갑을 열었다.

이런 내 지갑에는 딱 카드는 2종류이다.

첫 번째 입출입금 카드. 난 신용카드가 없다. 사람들은 안 불편하냐고 하는데 난 없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만들지 않은 게 신용카드다. 그래서 신용카드는 1도 없다.


두 번째 영풍문고 교보문고 카드이다. 이건 너무 오래돼서 2년마다 만든다. 내게 유일하게 있는 vip카드이다.

이건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대학 때 고향을 갔는데 엄마가 아침에 두부 심부름을 시키셨다. 너무 아침이라 잠도 덜 깬 상태에서 내 지갑을 들고 가까운 슈퍼에 갔는데 그 슈퍼는 단골 슈퍼다. 할머니가 운영을 하시는데 나를 워낙 오랫동안 보셔서 늘 가면 인사를 하는 곳이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할머니"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갔더니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뉴스를 보시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두부를 사겠다고 하고 뜨끈한 한 모를 사려고 지갑을 여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바빠? 하고 말씀을 하셨다. 난 당황스러워서 "왜..."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말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는 "내가 손녀 같아서 그래. 우리 손녀 카드 많이 써서 빚을 졌어. 자기는 내가 워낙 오래 봤잖아. 카드 그렇게 쓰는 거 아니야. 처음에는 이 소리가 뭔 소리일까 싶어서 생각을 하는데 내 반지갑에 카드를 보시고는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다. 난 웃으며 "할머니 이 카드 책 사면 주는 카드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제야 "휴,," 하시며 "그렇지" 하시고는 웃으셨다. 정말 웃지 못할 에피소드이다.


가끔 사람들은 "독서카드는 왜 적립해?"라고 묻는데, 내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독서라서 이거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거다. 그래서 유일하게 있는 게 카드. 이 독서카드이고 내 노력은 늘 골드회원에서 끝까지 가는 vip회원 되기이다.


내 지갑은 단순하다. 흔한 쿠폰도 없고 요즘은 쿠폰이라도 자동결제 시스템이니 들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초창기에는 종이 쿠폰도 많이 들고 다녔다.

깔끔하게 살기 어려웠다.


뭔가로부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만의 사치라면 쿠폰을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언젠가 강신주 철학자가 말한 거 같은데 이 철학자도 쿠폰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얽매이는 게 싫어서라고 한 걸 기억한다. 난 적극공감하면서 역시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면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쿠폰을 하지 않은 대신 커피를 줄이면 된다.


집에는 많은 기구들이 있다. 관심이 많아서 네스프레소 기계와 글라인드 그리고 내려서 마시는 기계도 있다. 친구들은 이렇게 살 거면 그냥 자격증을 따라고 했지만 그렇게는 살기 싫어서 하나하나 사모으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커피콩도 집에 많이 있어서 집에서 내려 마시는 날이 많다. 이렇게 날이 추우면 집 밖을 나가기 싫어하는 집순이는 직접 갈아서 내려 마신다. 그 향으로도 난 이미 부자 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랫동안 생각한 게 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이다. 어디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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