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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8. 2023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곳이 직장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밥을 먹는데 사람들이 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면서 무슨 비밀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난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한다. 흔히들 앞담화 험담이라고 정리를 하면 될 것 같다. 나와 상관있는 이야기라면 난 당사자에게 직접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오해를 푸는 성격이라서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고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 의견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태도이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입을 닫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게는 아니겠지만 몇몇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참 관심이 많다. 우리가 주제로 하고 있는 장기프로젝트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연계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동료 s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귀에 들어온 건 돌고 돌아서 이미 소문이 퍼질 만큼 퍼졌을 때 들어왔다. 


정리하자면 간단하다. 자신의 몫을 다하지 않고 남에게 시켜서 공을 가로챈다는 이야기였는데 미인계를 쓴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남자직원이 여러 명이다 보니 직장에서 그녀의 남자친구가 정말 남자친구다 아니 다를 두고 말들이 많았고 그녀는 사실하는 일 없이 직장을 다닌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그냥 웃었다. 이야기를 두고 웃은 게 아니라 내 할 일도 바빠서 허우적거리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때 동료가"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난 "그런가 보다 하지요"

동료는 "자기는 그러고 보면 참 남의 이야기 안 하고 그냥.. 입이 참.. 무거워 그렇지?"

난 "잘 모르고 저라고 실수 안 하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동료는 "하긴 직장에 있으면 이런저런 소문은 금방이니까"


결국 사내 인트라넷에 s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의 소문에 대해 하소연의 글이 올라왔고 그날은 그 글에 대해 후끈했다. 그리고 맞다 아니 다를 두고 점심시간은 그 내용이 반찬이 되었다.

결국 퇴근 한 시간 전 또 사내 인트라넷으로 그 s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글을 올려 오해의 부분을 정확하게 짚었고 모든 사건에 오해와 억측이 있었음이 정정으로 끝났다.


난 내내 이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엄마는 동네 미용실을 다니신다. 알겠지만 동네 미용실이 그냥 미용실이 아니다. 모든 집들의 이슈 거리들이 모여서 씹히고 씹히는 엄마는 그게 싫으셔서 머리를 말고 집으로 오신다. 그래서 집에는 냄새가 나지만 꾹 참고 계시다가 시간이 되시면 가셔서 머리를 풀고 오신다.


난 한 번은 엄마에게 귀찮지 않냐고 여쭤봤다. 엄마는 "가면 뭐 하니? 뻔하지. 남편, 시집, 가족 좋은 이야기 아니야. 누워서 침 뱉기인 이야기인데 난 싫어. 귀찮아".  그렇다. 엄마는 그게 싫으셔서 최대한 집에서 머물다가 머리를 풀고 오신다.


나이가 들어서 생각을 하니 그 편이 좋은 듯하다. 내가 엄마 성격을 닮아서 그런지 사람 많고 이야기 많은 곳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 사건을 겪고 보니 속담이 생각났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 , 아니 논리적으로 따지면 연기는 없어야 맞는데 참.. 직장에서 벌어지는 별별 이야기들이 직장에서도 아니 땐 굴뚝에서 사연은 이어지고 사연이 사건이 되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입게 만드는 직장은 그런 곳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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