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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30. 2023

늘 가는 키오스크는 불편해.

내 집 주변에는 다들 키오스크다. 언제였을까. 다들 한 가게마다 기계들이 들어오고 자주 인사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은 없어졌다. 아니 사라졌다. 그 자리에 기계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키오스크를 읽을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자라 온 나는 어떻게 하면 더 가난해질 수 있는지를 배워 온 터라 카드라고 하면 도리질을 하고 그냥 입출금 카드만 가지고 살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내 삶은 많은 것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자주 가는 마트도 더 이상 현금결제가 어렵게 되었다.


사건 1. 마트 

마트에서는 지폐를 내게 되면 뒷사람 눈치를 괜히 보게 되었다. 난 그래서 미리 현금을 찾아서 내게 되었는데 한 번은 내가 받아야 할 돈이 잔금이 현금으로 동전이 있었다. 하필이면 내가 선 케셔분이 동전이 다 떨어져서 급하게 옆 라인으로 가서 동전을 구해야 하는데 그날은 뭘 해도 일이 꼬이는 날인지 옆라인에도 동전이 없었다. 


결국은 마지막 라인에서 어렵게 동전을 구해서 나에게 주려고 동전 뭉치를 깨셨는데 이런 꽝 하고 내리친 동전 묶음이 밑으로 다 퍼져서 급하게 주워야 했다. 난 재빨리 도와드리겠다고 주웠는데 그때 캐셔분의 앙칼진 목소리가 내 귀에 와닿았다."아니 요즘 누가 현금해요! 카드 하지!" 그렇다. 


난 그때 역적이 되었다.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아니 줄이 이렇게 길어요, 빨리 해결해줘요" 내 귀는 빨갛게 되고 난 손발이 떨렸다. 어렵게 해결을 하고 내 뒤에서 내 욕을 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와야 했다. 그때 생각했다. 그래 내 직불카드에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기능을 넣자. 그러고도 난 망설였다.


사건 2. 커피숍.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우리 집 근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커피숍이 생겼다. 난 몰랐다. 간다고 해도 주말에만 이용하기에 자주 가면 인사를 나누던 아르바이트생 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계가 대신하고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은 누르고 누르고 그렇게 재빨리 창가석을 착석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 계산대에 가서 사장님께 주문을 했다.

"사장님"

환하게 웃으시는 사장님 "네"

"저기 저 현금으로는 안 될까요? 저 카드가 없어서"

갑자기 얼굴색이 난처한 사장님 "저기 지금 바빠서 그럼 오후에 늦게 오시면 해드릴게요, 그리고 요즘 다 키오스크라 저희도 투자해 놓은 거니 한 번 이용해 보세요" 그렇게 급하게 어디론가 들어가셨다. 


결국 난 혼자서 도전을 했다. 현금 또는 카드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말에 차근차근 숨 호흡을 조절하며 했지만 실패 너무 어려웠다. 결국은 헛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든 생각은 그래 이번에는 기필코 하리라 그리고 다음날을 기다렸다.


사건 3. 은행.

은행에서 대기번호가 길었다. 오전 9시 20분에 갔는데도 내 대기번호는 15번이었다. 그리고 딩동 하는 소리에 맞춰서 갔다. "저 제 직불카드에 바코드 인식 해주세요"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는 은행원은 "무슨 말씀이신지.."

난 "그러니까 키오스크에서 읽을 수 있는 기능요"

그러니 환하게 웃으시며 "아 네" 하시며 몇 가지 양식을 내게 기입하라시며 용지를 주셨고 신분증을 카피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난 결국 내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었다.


난 생각했다. 편하게 쓰겠구나. 그렇다.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늘 난 불편하다.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동전을 세어가며 주는 그 아날로그 커피숍이 좋다. 하지만 시대는 너무 빨리 흘러가고 나는 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으로 일명 루저,라는 생각에 커피는 쓰디쓰다.

배달의 시대에 살아가는 나는 가끔 속도전을 내며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하는 저 속도에 내 몸을 내어 준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도리질을 친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빛보다 빠를 수 없어, 시간여행을 할 수 없다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우주여행을 한다는데 얼마나 더 빨리 가야 하고 얼마나 더 빨리를 외쳐야 이 세상을 적응하는데 내가 익숙해질까.

씁쓸하다.


오늘도 커피를 사는데 키오스키를 이용했다. 이제는 제법이다.

하지만 난 아직도 어색하기 그지없어서 한 잔을 분명히 신청했는데 두 잔의 값으로 나와서 직원분께 정정을 요청드렸고 적응을 못하는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참 알 수 없는 아침을 시작했다.


키오스크와 친해진다면 이 세상을 바르게 사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힘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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