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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30. 2023

마스크는 미운 정이라 그냥 쓸래요.

전면헤지는 아니지만 부분헤지라 의견이 분분한 마스크, 갑자기 벗으려니 뭔가 어색하다. 처음에는 마스크 대란이라 없어서 못 팔아서 나 또한 긴 줄에서부터 오픈런까지 했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냥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하루에 하나씩 바꿔 쓰며 일상을 사는 내게 갑자기 실내 마스크 권고라는 글자는 '너 선택권이야'라는 말로 들였다. 


이렇게 들으니 갑자기 중학교 때가 생각이 났다. 난 몸치다. 달리기도 장거리만 달릴 수 있는 몸치. 장거리 달리기는 전교에서 2등을 했다. 아이들이 포기를 했다. 그것도 한여름에 했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난 꾸준히 쉼 없이 달려서 "몽접이 2등!"이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잘했다는 생각보다 나 자신에게 '넌 포기를 하지 않았다'라는 나 자신에게 칭찬을 했던 경험이 있다.


사건은 중3 때였다. 그때가 농구를 배울 때였다. 우리 학교는 참 특이했다. 뭐든 그냥 실전이었다. 문제는 선생님은 두 번은 설명이 없으셨다. "자 봐라, 이렇게 이렇게 됐지 " 끝. 나 같은 몸치인 사람들은 "와" 하고 그런데 나라면? 하면 웃는다.


실기시험이 2주 남았을 때 색다른 제안이 들어왔다. 그건 다름 아닌 체육선생님께서 갑자기 자리를 비우게 되셔서 후임 선생님께서 실기시험을 치를 학생과 지필고사를 치를 학생으로 나눈다고 하신 거다. 갑자기 분분해지는 분위기, 몸치인 나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드디어 후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 자 여러분들에게 기회는 두 개입니다. 하나는 실전이고 하나는 지필고사입니다. 범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니까 책 한 권이죠. 문제는 30문제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탄성이 나왔고 결정은 당장 3일 안으로 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난 자신이 없었다. 체육 특기생인 내 옆짝은 아무 걱정 없이 잠만 잤다.

그리고 결국은 한 반에 43명 중 지필고사를 치른 사람은 나를 포함에 14명이었다.


난 그 책을 외우겠다고 3일 밤을 꼬박 잠도 못 자고 살았다. 엄마는 무슨 시험범위가 그렇냐고 혀를 차셨고 나는 타고난 몸치가 문제라며 나를 탓했다. 그렇게 어렵게 시험을 보고 다행히 좋은 점수는 받았지만 왠지 모를 그 허전함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몰랐다.


그리고 결전의 수행평가 시험날 실전을 치르는 친구들을 보니 부러웠다. 다들 슛을 넣는데 3번의 기회가 있었다. 못 넣는 친구도 있었고 바로 넣는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의 호루라기에 다들 긴장된 슛을 넣는데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난 그때 알았다.

슛을 넣지 못하더라도 이 길을 선택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내 난 생각했다. 저들이라고 지필고사의 유혹이 없었을까 힘들겠지만 노력을 해서 저렇게 넣는 거였겠지, 난 꼼수를 쓴 거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들었다.


마스크의 전면헤지는 아니지만 그냥 마스크는 내게 미운 정이다. 그리고 마스크 때문에 좋은 점도 있었다. 난 평소에 정말 말이 없다. 그래서 표정이 무뚝뚝하다 내지는 너무 차갑다는 평을 받는데 마스크 쓰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오해를 받아서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서 넘어간 적도 있다.

그래서 고마운 면도 있다.


사람들은 오늘부터 선택을 하겠지. 난 그냥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냥 마스크를 내리 쓸 생각이다. 만약 마스크를 써서 범칙금을 내야 한다면 그때 벗을 생각이다. 참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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