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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14. 2023

미용 몸무게는 누가 만들었을까?

한국에만 있는 걸까? 미용몸무게. 나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아주 연약하게 태어났다. 수술도 여러 번 하고 부모님은 늘 골골하는 내 몸에 한약을 중학교 3학년때까지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매해 먹이셨다. 그럴 때면 얼굴을 오만상으로 찌그리고 마셨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먹어야 산다"라고 하시며 박하사탕을 주셨다.


어쩌면 그 사탕 먹으려고 한약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갔다.

난 여기서 인간의 몸은 정말 유전자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잦은 스트레스와 하늘만 보고 다니기 운동을 통해서 단것만 먹고 밥은 적게 먹어 결국은 그 칼로리를 넘기고 살이 찌게 된다. 처음에는 그렇구나, 였는데 나중에 고3이 되어서는 치마선을 끝까지 늘였다.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선생님들께서는 " 다 대학 가면 빠진다"라는 미신을 설파하셨다. 그래서 난 그걸 믿고 마구 먹었다. 결국 내 몸무게는 70킬로가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난 미녀 아니 여자로 살 수 없게 된다. 맞는 옷도 없고 남자들처럼 투박한 옷으로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 1학기는 그럴만했다. 하지만 1학기 마지막 시험을 치르겠다고 맨 마지막 자리에 앉아서 시험지를 받으려고 기다리는데 이런 홀수 짝수 시험지라 내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앞으로 나가려는데 선배가 "야 살 좀 빼, 너 때문에 책상 다 밀잖아"라는 핀잔을 주었다. 화끈 거리는 얼굴을 겨우 부여잡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시험을 치르고 그렇게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집에 내려가서 난 선전포고를 했다. 살을 빼겠으니 어떤 음식도 권하지 말라고.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이런 아빠가 제일 반기셨다.

"그래 잘 생각했다. 하루 2끼 먹고 운동해라" 난 그래서 이때부터 가장 덥다는 오후 2시에 집을 나가서 하루 3시간씩 뛰거나 걸었다. 그리고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산을 타기 시작한다. 나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에 매일매일 몸무게를 측정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습관이 되다 보니 움직이지 않으면 하루 일과를 마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했다. 태풍이 와서 비가 내려도 난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너무 더웠다. 2시에 나가서 한참을 걸어가는데 뭔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본능적인 감정으로 걸어가는데 이후 의식을 잃었다. 그때 내 옆을 지나가던 자동차 한 대에 나는 병원으로 실려갔고 입원을 시켜주시고 바람같이 사라지셨다. 병원에 오신 부모님은 살을 빼겠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이제 그만하라고 당부를 하셨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더위를 먹었다'라는 표현을 알았다. 심각하게 아팠다.

절대 질 수 없다는 마음에 난 더 열심히 했고 방학이 다 가고 개강을 앞둔 2주에 처음으로 몸무게에 올라갔다.


난 환호를 했다. 정확하게 70킬로에서 55킬로 무려 15킬로 감량을 했다. 정확하게 두 달 조금 넘게 감량을 하고 그동안 입었던 바지와 옷을 다 버리고 옷을 다시 사니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난 철저한 관리를 시작했다. 개강을 하고 학교를 가니 친구들은 축하를 해줬고 일단 남학생들 태도가 달랐다. 그래서 그때 알았다. 아, 한국에서 미용은 정말 중요하구나. 그래서 절대적으로 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아주 적게 먹기 시작해서 하루에 삼각김밥 하나에 두유 하나 먹기, 학교 3달을 다니면서 다시 5킬로 그램을 감량하고 50을 찍고 집에 가니 부모님은 이제 걱정을 하셨다.


방학 동안 친구들과 이리저리 연락을 하다가 한국 미용 몸무게라는 걸 알았다. 이런 난 40킬로대로 가야 한다. 순간,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3킬로를 감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잘 빠지지 않았다.

식단 관리가 필요했다.


아침에는 샐러드를 먹고 점심은 일반 한식을 먹고 저녁은 먹지 않았다.

운동은 헬스장을 등록해서 유산소 운동을 2시간 하고 근력 운동을 1시간 했다.

이렇게 또 나는 미용몸무게를 향해 달렸다.


지금은 유지 중이다. 유지가 어렵다. 어릴 때는 하루에 한 끼만 굶어도 유지가 되었는데 이제는 뭐.. 다들 알거라 생각한다.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물론 마음, 사람 내면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늘 내 나이에 내 얼굴은 부모님 얼굴을 대신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한국에서 몸무게에 신경을 안 쓴다면 그것도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유지어터로 산다.

갑자기 궁금하다.


도대체 한국미용 몸무게는 누가 만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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