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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10. 2023

매일 108배를 한다.

난 저녁형 인간이다. 그러니까 저녁에 뭔가를 많이 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늘 지옥이다. 먹고살아야 하니 그나마 일어난다. 그래서 이 루틴을 바꾸기 위해서 독서를 하기도 했고 명상을 하기도 했는데 조금씩 보완이 필요했다. 독서는 일단 정해진 용량까지 읽고 시간이 남으면 쪽잠을 잤고 명상을 하니 잡생각을 잠시 하고 명상을 하고 그러다 잠시 또 졸기도 하고 우당탕 그렇게 아침을 보내면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다. 그래서 결론은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를 하기로 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108배를 하기로 한 이유는 이렇다.

건강과 상관은 없이 평소 직장에서 앉아 있는 루틴이라 잘해야 의자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라 늘 아쉬워서 내 몸을 좀 가볍게 해 보자 해서 우연히 생각한 것이 108배를 생각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을 했다.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다. 108배라고 해서, 100번 하는 것 즈음이야 하고 시작했던 내 오판은 생각보다 오래갔고 온몸이 흔들거리고 숨이 가빴다. 다리에 힘을 주고 내 몸을 낮춰야 하는 자세를 하면서 숫자를 생각하면서 하는 절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점점 들면서 중반부를 가면서 숫자를 생각하지 않고 108배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의무감을 털어내니 훨씬 몸은 가벼웠고 절을 하면서 내가 이 운동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은 늘 달랐다. 그리고 늘 마지막에는 오늘도 성실하게 살자,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봄에는 그럭저럭인데 여름에는 땀으로 흠뻑이다. 가을이나 겨울에는 어느 정도 좋다. 다른 사람보다 몸이 찬 나로서는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여 주위에서 집에서 홈트를 추천을 권하면 종교와 상관없이 108배를 권한다.


절을 하면서 나 같은 경우는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생각하고 참회를 많이 한다. 완벽한 인간은 될 수 없으므로 늘 나 자신에 대해서 후회와 과오에 대해서 철저하게 반성을 하고 미래에 대해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빌기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므로 심적인 기대일 뿐이다.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힘들다. 그것을 해야 하는 의무나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하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음식도 하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먹는다. 그리고 그 음식과 굿바이를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나를 아는 지인은 "참 지겹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아직 108 배는 재미와 의미를 두고 하고 있다.


108배는 불가에서는 아주 중요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스님이시지만 성철스님을 뵈려면 삼천배를 해야 했다. 사람들은 왜 삼천배를 해야 하냐고 일부에서는 성토가 있었다. 성철스님은 이에 대해서 " 절에 왔으면 부처님에게 절을 해야지 나를 만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셨었다.  그리고 성철 스님을 만나서 개인적인 질문 고민을 말해서 귀한 말씀을 받는다고 해도 늘 짧은 대목으로 답을 주셨다고 한다.


불가에서 절은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자신을 돌아본다,라는 뜻이다. 티베트에서는 일반인들이 삼보일배를 한다. 고행의 길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맥으로 자신들을 낮추고 살아간다.


언제가 다큐에서 봤었다. 매우 감동적으로 본 기억이 난다.

내가 하는 108배는 그에 비하면 아주 조악하지만 적어도 진심을 다 하려고 한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8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를 경계한다.

늘 자신에게 한 발짝 멀리서 볼 필요가 있어서 이 두 가지는 평생 가져가야 할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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