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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06. 2023

아빠와 노가리

내가 처음으로 노가리를 먹은 건 대학교 1학년이다. 그러니까 아주 처음은 1학년이다. 노가리인지도 몰랐다.

1학년 겨울방학을 하고 집으로 갔는데 아빠는 내게 학교 생활을 괜찮으냐고 물으셨고 엄마는 대학교 생활은 고등학교와 뭐가 다르냐고 물으셨다. 난 그냥 쿨하게 "편해"라고 말을 했으나 장학금으로 다니는 딸이라 나름 좋으셨는지 엄마는 "대학도 다 때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라" 하시며 어딘가를 가셨다. 그렇게 잠깐 자리를 비우시더니 손에는 뭔가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 뭔가를 구우셨다.


  화르르하면서 구웠는데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그러자 아빠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냉장고로 가셔서 막거리를 가져오셨다. 난 아빠에게 "아빠 오늘 막걸리??" 아빠는 "좋지, 딸이랑 먹으려고 한 2주는 참았지" 하시며 싱글벙글 웃으셨다. 난 그럼 " 안주는?" 아빠는 엄마 쪽으로 눈을 돌리셨다. 나도 엄마를 보는데 엄마 뒤태만 보였지 뭔지 전혀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는 "자 왔어요. 둘이 먹어도 모른다는 노가리" 난 신기해서 "이게 노가리라고?"

엄마는 "응"

아빠는 "이게 노가리인데 할아버지께서 참 좋아하셨다. 아빠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할아버지께서 노가리를 앞에 두고 막걸리를 한 잔 하셨는데 그때 아빠가 생각했다. 나도 부모가 되면 딸이든 아들이든 한 잔에는 노 가리다 하고, 엄마도 알고 보니 노가리를 좋아하고 ":

입이 싱글벙글인 아빠를 보니 정말 기다리신 건 사실이고 엄마는 "노가리가 먹는 방법이 있지, 보기에는 단순한데 " 하면서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그렇게 고추장과 마요네즈를 따로 담아서 나에게 권하셨다.


생선을 구워서 먹는 게 신기해서 "엄마 맛있어?"라고 물으니 "음 별미"라고 하셨다.

그렇게 겨울은 깊어졌고 막걸리 두병을 비우고 나니 불콰해진 아빠는 "우리 딸은 누굴 닮아서 술이 약한지 모르겠어?" 나는 "아빠 난 술이 그렇게 맛은 없어" 아빠는 "맛으로 먹나, 멋으로 먹지"라고 하셨고 난 "그래서 우리 어려울 때 그렇게 드셨어요?" 하면서 깔깔 웃었고 머쓱한 아빠는 "아휴 그때는 너희들에게 너무 미안했지. 내가 미쳤지" 하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셨다. 


엄마는 "아휴 그때는 어떻게 살았나 몰라, 돌아가라고 해도 나는 몰라 몰라, 알면서는 못 살지" 하면서 도리질을 하셨고 나는 "다 지난 일이지" 하면서 과거일을 안주삼아 이야기를 했고 막걸리를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노가리를 먹는데 그렇게 맛있었다. "아빠 그런데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는 노가리는 안 팔아" 아빠는 "그래?" 나는 "응" 아빠는 "애들 입맛은 아닌가 보다" 나는 "그런가?"

아빠는 "나이가 들며 입맛이 달라지듯이 안주도 달라지지, 보기에는 저렴한 안주이지만 이것도 없어서 못 먹는다"

그렇게 깊은 밤은 노가리를 먹으며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집 근처에 최근에 노가리집이 생겼다. 가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바깥에서 간단한 맥주와 함께 노가리를 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소음이 커서 그런지 작은 팻말에는 주위에서 시끄럽다고 하니 작은 소리로 즐깁시다라는 팻말이 있지만 그러기에는 가을은 매력적이다. 주로 어른들이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노가리를 드시면서 지금도 시간을 보내시려나, 싶어서 전화를 하니 안 그래도 지난주부터 드신다고 하셨다.


무심결에 먹었던 노가리를 최근에 사서 먹어야지 하다가 아직 사지 못했다. 본가에 가면 엄마에게 부탁을 드려야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따뜻한 노가리를 먹으며 엄마와 수다를 풀며 이제는 웃으며 노가리에 대한 낭만을 이야기하며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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