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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09. 2023

내 인생에 겨울 플렉스

난 수족 냉증자이다. 입동이어서 벌써 간단한 숏패딩을 입었고 손발이 차다 보니 핫팩을 장착을 했고 양말은 기본으로 두 켤레를 신고 출근을 했다.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고서 "와 완전 겨울인데"라고 말을 건넸고 "저 완전 수족냉증자" 사람들은 "알지 알지"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내 옆자리 동료는 "저도요" 하면서 텀블러에 담긴 따뜻한 음료를 권했다. 난 감사하다고 하며 한 잔을 마시면서 "아 진짜 "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나같이 수족냉증자는 사실은 따뜻한 음료를 마셔야 하는데 사실 이제야 커피를 끊어서 다행이지만 그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그래서 눈이 내려도 태풍이 몰아쳐도 아.아였다. 엄마는 늘 걱정을 하시며 그러지 말라고 하셨고 난 그럴 때마다 "엄마 커피는 아이스야" 라며 호로록했다.


지금은 얼마 전 엄마가 생강가루를 보내셨다. 생강이 수족냉증에 좋다고 아신 이후 직접 말리셔서 갈아서 보내셨다. 그래서 난 생강가루를 타서 마신다. 그럼 그 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몸이 좀 따뜻해지는 걸 느끼고 주변에 나와 비슷한 상황인 동료를 만나면 나눠 마신다. 생강에 독특한 향이 꺼려지는 동료에게는 약하게 타 먹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 나눠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살짝 설탕을 타서 먹는 동료도 봤다.


며칠 전 길을 가다가 양말을 파는 가게를 봤다. 그냥 이미지와 그림이 예쁜 양말이었다. 여름에는 간단한 여름양말만 신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겨울에는 정말 긴 양말을 신는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것은 양말을 사면 꼭 한쪽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신기한 마술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짝이 없는 경우는 온 집을 다 뒤집어도 안 나와서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내가 양말을 사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중얼거리지만 그래도 예쁜 양말을 보면 눈이 가서 한참 눈구경을 하다가 지갑이 열린다.


어제 버스를 내려서 다이소에 들려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양말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를 했다. 그래서 좀 다소 쌀쌀하지만 역시 욕망에는 눈길이 가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갈까 말까 수없는 갈등이 수많은 초에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플렉스를 했다. '그래 이게 마지막 겨울에 플렉스야'하고 이 양말 저 양말을 샀다.



집으로 들어와서 양말을 펼쳐 보고 마음이 괜히 두둔했다.

이것도 어찌 보면 사치이겠지?라는 생각에 '그래 이제 그만하자'라는 말로 일기장에는 올해 최고 사치라는 이름으로 양말이라고 적었고 더 이상은 사치는 없다!라고 느낌표를 적었다.

오늘도 일이 많아서 전날에 기분 좋은 양말을 골라서 신고 나왔다.

나 같은 경우는 전날에 가방과 옷 양말 신발을 세팅하고 자는 경우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는 경우라서, 그날그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침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여러 이유로 전날에 모든 걸 준비하고 자는 경우라서 결국은 양말이 하나 추가 되었지만 기분은 왠지 좋았다.


어렸을 때는 뭔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다. 늘 빚을 갚은 엄마 생각에 내가 사는 게 모든 게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뭔가를 사는 게 늘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덜하다. 그래서 그럴까 속으로 웃었다. 양말 5켤레 사면서 '나 성공했다'라고 속말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정말 이 정도면 성공한 거 아닐까 싶어서 어제는 푹 잤다. 평소 뒤척이며 예민한 나에게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편인데 괜히 마음이 좋아서 그런가 참 별것 없는 것에도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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