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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13. 2023

어머니 올해는 김장을 하지 마시죠.

늘 연례행사인 김장에 관련해서 벌써 한 달 전부터 머리가 지끈 거린다고 엄마와 전화통화를 했다. 무엇이든 정성이 있어야 음식은 진정성을 가진다는 우리 할머니는 김장은 할머니에게 축제이다. 이렇다. 김장을 하면 힘들다. 그런데 이럴 때 아들도 보고 며느리도 보고 손자 손녀도 덤으로 보고 하니 할머니는 참으로 좋아하신다. 이건 우리 할머니 시선이다. 며느리들은 한 달 전부터 불나게 전화를 해서 각자 포지션을 이야기하고 의논을 하신다. 우리 엄마 같은 경우는 둘째 며느리라 연차가 있어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신다. 그래서 늘 그 중간 지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산 것도 오래되어서 어지간하면 알아서 척척 하신다.


엄마는 벌써 "올해도 김장이네" 하시며 한숨을 쉬셨고 아빠는 "그냥 김치 사 먹으면 안 될까?"

엄마는 "자기는 알면서 이야기하는 거야? 모르면서 그냥 하는 이야기야?" 갑자기 식사 자리가 어색해졌다. 나는 "엄마 내가 이야기해 볼까?"

엄마는 "뭘"

나는" 아니 할머니에게 , 우리 김장은 올해는 그냥 넘기자고, 할머니가 이제는 예전보다는 덜 깐깐하시니.. 눈치껏..."

엄마는 "턱이나 그러시겠다"

숟가락을 내려놓으시고 어디론가 나가셨다.

난 아빠에게 "아빠, 아빠가 이야기해 봐, 엄마는 이야기하기 힘드시지. 며느리는 그렇지. 아빠가 이번에 총대를 한 번"

아빠는 "내가 이야기한다고 고집이 있으신 너희 할머니가 넘어오실까?"

난 갑자기 번득이는 생각에 "큰아버지께 한 번 이야기해봐, 아들 5명이 다 모두 사 먹자고 하면 할머니 생각이 바뀔지 혹시 알아?"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하긴 생각을 좀 해보자"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아빠는 형님에게 전화를 하시며 이번에는 김장을 하지 말자는 중론을 모아 할머니께 의견을 전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는 김장을 하다가 며느리들 허리 아프고 솔직히 김치 잘 나오는데 이것도 큰 일이라고 나름 설득을 하셨다. 큰 아버지도 사실은 큰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시면서 충돌이 있으셨다고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시고는 "그래 어쩌면 되겠다" 하시면서 본격적으로 전화를 돌리시며 동생들에게도 이야기를 나누시며 형제들이 뭉쳐서 전화를 하자고 대동단결했다.


엄마는 나름 이런 결정과 행동에 놀라신 듯했고 기대반 걱정 반을 하셨다. 엄마가 중간에서 이런 일을 해서 고부갈등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을 앞당겨하셨다. 난 그럴 필요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며느리는 며느리였다. 그렇게 한 일주일을 전화와 의견이 왔다 갔다 했다.

할머니는 생각을 해 보시겠다고 하시더니 지난주 전화를 주셨다.

"그래 올해는 김장하지 말자. 생각해 보니 올해는 김치도 많고 아직 먹지도 못했어. 각자 해 먹어라"

엄마는 깔깔 웃으셨고 아빠는 "어머니 자주 찾아뵙겠습니다"라고 감사함을 표현하셨고 할머니는 "그럴 필요 없어. 그냥 겨울에 애들이랑 같이 와. 나도 피곤해" 하시면서 쿨하게 이야기하셨다.

아빠는 "어머니도 바뀌시네" 하시며 웃으셨다. 


엄마는 "와 이런 일이 있네" 하시면서 허리를 펴시며 세상에 이런 일이라며 야호를 외치셨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으면 이러실까 싶어서 "엄마 오늘 소고기 구워 먹을까?"

엄마는 "당연하지, 오늘 소잡자" 하시며 그날은 정말 소고기 구워 먹으며 엄마의 룰루랄라 흥을 들으며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 지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자주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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