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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12. 2023

스타벅스를 끊었다.

올해 정확히 12월에 스타벅스를 끊었다.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각종 티를 마셨기에 가끔은 들렸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끊었다. 카드도 자르고 이래저래 정리를 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사실 난 스타벅스를 처음 간 건 회사 생활 처음 시작하고였다.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먹고 다들 루틴처럼 가서 커피를 마시니 나도 따라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점심을 보내는 게 규칙 아닌 규칙이 되어서 정말 자연스럽게 갔다. 그리고 사실 그때는 그렇게 많은 차를 처음 보았다. 대학교 졸업하고 마시는 커피 종류들이라 내 동공은 커졌고 내심 내가 성공을 했다는 기분까지 들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할 말은 다 한 셈이다.


끊임없는 업무와 야근으로 더 나는 스타벅스를 찾았고 그때는 오기가 생겨서 스타벅스 전메뉴 다 먹으면 사표 쓴다라는 웃픈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꾸준히 구폰을 쌓는 것처럼 나는 메뉴를 차근히 쌓아가며 마시며 그렇게 고단한 생활을 했다. 메뉴는 점점 늘어갔고 내 주머니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지출비는 커피값이나 음료값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쓰지 않는다면 삶에 여유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그러다 살금살금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했고 결국 난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커피를 끊어야 했다. 물론 마셔도 갑자기 죽거나 더 아파지는 건 아니었지만 카페인은 내 몸상태에서 그리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는 간단한 티백을 마셨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날리면 갔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는 가지 않기로 했다. 앞편에도 적었지만 커피값 줄여서 난방비 낸다고 했는데 그것도 있지만 이제는 저가형 커피도 있고 집에 커피 기계들이 정말 많다. 커피 애호가인 나로서는 조심스럽게 살짝살짝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과일을 갈아 마시거나 녹즙을 마시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서서 그냥 끊어버리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에는 나란히 스타벅스가 두 곳이나 있다. 늘 손님이 많아서 만석이라 자리를 확인하고 음료를 주문해 달라는 바리스타분들에 음성은 힘차시다. 그만큼 인기는 늘 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노트북에 눈을 두고 일하는 분들도 있고 숙제를 하는 학생들도 있고 각자에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 같은 경우는 쉬어가는 사람이라 창가석을 기대하고 가는데 없으면 구석진 자리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홀짝였다. 그런데 이제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집에서 조용히 음악 들어가며 살아도 무리 없이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건 무한대이다.

이제는 음료 마시기 홀러서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그럼 너 평생 안 갈 거니?"라고 물으면 "아뇨 누군가 만나자고 하면 가겠죠"라고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고마웠어요, 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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