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처럼 추우면 엄마는 일부러 냄비밥을 하셨다. 전기밥솥. 압력밥솥을 하시면 더 편하실 텐데 냄비에 밥을 하셔서 일부러 누룽지를 하셨다. 그러면 엄마는 곁을 지키며 누룽지를 만들어서 밥을 다 먹고 나면 물을 부어서 다시 그 옆을 지키며 알맞은 온도에 맞추어 우리에게 보온병에 넣어주셨다. 어릴 때는 몰랐다. 그게 그렇게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셨다. 뭐든 돈이 들어가니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난 그 엄마의 수고로움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어떨 땐 짜증이 났다. 좀 편히 사시지 왜 이렇게 궁상스럽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이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이라면 여지없이 그 자리에서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라 감사하게 먹었다.
지난주 마트에 갔는데 대량으로 파는 누룽지를 봤다. 누룽지 뒷면을 보니 중국산. 이런 결국 살까 말까를 수백 번 고민하다가 그냥 사지 않았다. 중국산이라 사지 않은 게 아니라 막상 사놓고 집에 두면 먹지 않을 것 같아서 결정했다. 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뭘 챙겨 먹냐고 늘 하시던 말씀을 하셨고 나는 "엄마 누룽지 그 누룽지가 먹고 싶어"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요즘 그런 누룽지는 먹기 힘들지"라고 하셨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고 엄마는 "알겠다" 하시면서 끊으셨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주일이 흐른 뒤 택배가 도착했다.
엄마가 직접 한 누룽지가 왔다.
순간 눈물이 흘렀다. 사실 엄마는 시골에서 시골로 들어가셨다. 거기에는 가마솥이 있다. 보아하니 이 사이즈는 거의 가마솥 사이즈다. 나에게 줄려고 또 가마솥 찬스를 쓰신 게 분명하다. 내 입이 방정이다라고 생각하니 넌 언제 철이 들래?라는 생각이 들어서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귀신같이 전화한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전화를 했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약간의 누룽지를 넣고 포르르르 끓이는데 냄새가 이런 정말 아름다웠다.
그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향수 가득 한 냄새였다.
나도 모르게 국물을 호로록 마시면서 그 자리에서 멍을 했다.
따뜻했다.
엄마가 옆에 계시는 것처럼.
따뜻함을 누룽지처럼 유지할 수 있다면 나도 누룽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