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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04. 2024

내 생애 처음 립밤 입생로랑

-생애 처음 백화점에서 산  내게 준 선물-

백화점에 가면 일단 난 거부반응이 심하다. 가격표를 먼저 봐야 하는데 다들 나만 그런 건지 몰라도, 그냥 쓱 사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나도 모르게 그들처럼 가격을 볼 수 없어서 뭔가 모를 압박감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친구와 백화점에 갔다. 친구는 이미 백화점이 매우 익숙한 상황인지라 목록을 외우고 있었는데 난 그게 신기해서 물었다. 


친구는 "자고로 물건은 백화점이지" 그래 나와 달리 살아온 환경이란 게 여기서 또 갈리는구나라는 생각에 슬쩍 우울했지만 노련한 그녀는 이리저리 옷을 피팅하더니 옷을 쓸었다. 난 가격이 많이 나오는 그녀에게 "돈은?" 하고 물었고 답은 칼답으로 "아빠카드"라고 답을 해줬다. 어이가 없어서 "아빠가 어렵게 벌었는데 그걸 또 써?"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칼답은 "야 이게 또 찬스야"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우리는 하루종일 백화점 구경을 하고 나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자리에 중간에 자리에 앉았고 갑자기 배가 고파서 나는 나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역시 단칼에 그녀는 전문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하고서는 중식당에서 비싼 자장면을 먹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끌려다닌 이후 내 눈을 사로잡힌 게 있었으니 립밤이었다. 화장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는데 절친이 내게 자랑을 했다. 절친도 그리 화장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색깔이 너무 예뻐서 아르바이트한 금액으로 어렵게 샀다며 햇살 가득 비추며 나에게 보여주었고 나는 어디 브랜드냐고 물었더니 세상에 그녀도 자기가 산 브랜드를 몰라서 컴퓨터로 찾아서 알았다. 우리는 깔깔 웃었고 나도 그 브랜드를 잊지 않고 언젠가 돈을 벌면 사야겠다는 브랜드로 지정을 하고 그렇게 잊고 살았다.


회사를 들어가고 다들 화장을 하고 다니는 분위기에 나는 그냥 맨얼굴을 하고 다녔다. 동기들은 무슨 배짱이냐고 물었지만 난 배짱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웃으며 다녔고 실제로 물어 온 동기는 그러다가 너 언젠가는 컴플레인이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나,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가을즈음이었다. 


동기와 같이 백화점을 갈 일이 생겼다. 나는 가방을 사러 갔고 동기는 구두를 사러 갔는데 1층에 향수에 이끌려 테스팅을 하면서 별안간 대학 때 그 생각이 났다.

맞다! 입생로랑!

달려가서 그 브랜드를 몇 번이고 보고서 동기에게 "나 이거 살래"라고 말하자 동기는 "너 안 하잖아"라고 웃으며 "아니 그냥 저장용으로"라고 말했고 동기는 "그래 그럼 하나만 "이라는 말을 하고서 본인 구두사기에 바빴다. 결국 그날은 가방과 입생로랑 브랜드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왠지 모를 성공이라는 기분에 괜히 마음이 붕 떴다. 


그 이후 난 엄마에게도 권했고 엄마도 색깔이 곱다고 거울을 보시더니 나에게 고맙다고 하셨다.

난 그날 이후, 팬이 되어서 적어도 하나즈음은 쟁이고 산다.

백화점은 아직도 나에게 먼 곳이다. 그냥 소소하게 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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