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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1. 2024

20년 전  동기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이직을 하기 전 기업을 다닐 때 연락을 주고받았고 함께 일했던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몰랐다. 낯선 번호가 와서 스팸이라고 생각을 했다. 요즘 워낙 스팸이 많이 와서 번호를 변경해야 하나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결국 몇 번에 집요한 전화에 받았다.

알고 보니 그전 회사 동기였다.

"나야"

난 "누구.."

"나.. 미정(가명)"

그제야 난 "어... 반가워"

그렇게 전화는 시작이 되었고 잠시 자리를 떠나 전화를 하게 되었다.

동기는 사표를 썼다고 했다. 먼저 사표를 쓰고 이직을 하는 나를 보고서 일 년을 고민했지만 자신은 용기가 나지 않아 이제야 사표를 썼다고 얼굴을 보자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워크숍이 많이 있어서 이달은 힘들고 다음 달에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동기는 많이 힘들어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때는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었는데 지금은 결혼을 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혼자 살면 또 좋은 점도 있으니"라고 말을 하자 "나 결혼했어"라고 웃으며 말을 하는데 '아 그렇구나'라고 혼자서 골을 실축하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축하해"라고 말을 했다.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한 공감대가 서지 않았다. 전화 말미에는 내가 입장을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조금 편해지면 만나자고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동기는 늦은 나이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직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좀 뜻밖에 이야기에 놀랐다. 20년 만에 전화를 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동기의 용기에 고맙기도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어떤 조언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함부로 이야기를 하기에도 미안했다. 결국 동기는 그날 저녁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자신과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했다. 미혼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들어주는 이야기 밖에 없었다.

그렇구나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때 동기는 "넌 여전히 들어주는 사람이구나"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어?"라고 답을 했고 동기는 "우리 같이 입사했을 때 애들이 힘들다고 하면 넌 말이 없고 들어주는 사람이었잖아"라고 말을 하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말주변이 없는 거지 뭐"라고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오래된 사람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는다는 게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부터 이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니 그다지 내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겠다는 결론이 들었다. 다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들어주는 것이라면 무기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음에 연락이 오면 이직이 되어서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동기는 이후 전화를 한통 했지만 난 받지 않고 문자를 보냈다. 내가 어떤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마 동기는 내게서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닐 수 있었겠지만 내가 동기에게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나 스스로 숙제를 만들어서 부담을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동기에게는 메일주소를 물어봤고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일이 풀리면 그때 만나자고 했다.

동기에게서 온 답장은 이직에 성공하고 한 달이 되면 밥을 사겠다며 흔쾌히 웃음표를 남기며 답을 보내왔다.

한결 가벼워진 분위기에서 나는 그렇게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참 살면서 많은 숙제가 있다.

그중에서 어려운 게 인간관계인 것 같다.


난 친구가 별로 없다.

그러나 오랜 친구들이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원년멤버"라고 한다.

내 성격이 모난 게 있으니 그렇겠지 한다.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에게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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