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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8. 2024

파인애플 떡볶이, 엄마가 만든 반칙.

때는 내 나이 서른을 넘기고 이직을 하고 매우 바쁘게 살면서 이렇게 사는게 맞는가, 또 고민을 하면서 방황을 하고 있을 때 엄마의 호출이 있었다. 귀신같은 우리 엄마는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어찌하시고 늘 묘하게 긴장감을 타고 있을 때 전화를 주신다. 그것도 안온한 저녁시간에 나근한 목소리로 "딸 집으로 와" 그러면 나는 사실 내 감정을 드러내기 싫어서 "바빠"라고 얼버무리면 " 바빠도 와"라고 나근하게 말씀을 하시니 안 갈 수 없다. 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인애플과 바나나를 보란 듯이 전시를 해놓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아니면 아예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그럼 난 어린애처럼 "엄마" 하고 뛰어간다. 그럼 엄마는 "딸 왔어" 하고 안아주신다. 가끔 나이가 들어도 눈물이 난다. 난 이렇게 철이 없는 딸이다.


그날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입이 심심하다고 하시며 "뭐 먹을 거 없을까?" 하고 운은 아빠가 시작을 하셨다. 살짝 귀찮으신 엄마는 "밥 먹고 뒤늦게 먹는 건 다 살이야"라고 하셨고 아빠는 "그럼 과일이나 먹아야지" 하시며 파인애플을 드시려고 하셨는데 엄마는 "잠깐!"이라고 하시며 "그건 아니야"라고 하셨다. 아빠는 "뜬금없이 왜?"라고 하셨다. 엄마는 "그 과일은 딸을 위해 내일 쓸 거야. 바나나" 아빠는 멀쓱하셨는지 "알겠어 그럼 바나나"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그다음 날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엄마는 좋은 레시피를 발견했다고 기대해도 좋다고 나와 아빠에게 자랑을 하셨다. 아빠는 "너희 엄마 심상치 않다" 하시며 웃으셨고 나도 그런 것 같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떡집에 가셔서 가래떡을 사 오셨고 갑자기 고추장을 푸시더니 떡볶이를 하셨다. 난 속으로 별것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점심은 떡볶이구만, 생각에 뭐 특별한 것 없을까 하고 이리저리 음식책을 보는데 엄마의 호출이 있었다.

"딸" 

냅다 뛰었다.

"엄마"

엄마는 "파인애플 좀 잘라서 엄마 좀"

뜬금이 없어서 "드시게?"

엄마는 "아니 떡볶이에 넣게"

나는 속으로 '헉'

나는 "엄마 피자에 파인애플 넣는 것도 호불호가 갈리거든, 난 물론 먹는 사람. 그런데 떡볶이는 좀 아니지... 아니야 우리 엄마는 음식을 잘하시니 믿는 걸로"

그렇게 시작된 파인애플 조각내기를 시작으로 엄마에 레시피는 파인애플 떡볶이였다. 아빠는 특별한 음식을 앞두고 벌써 젓가락을 들고 계셨고 신이 나신 엄마는 "이게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떡볶이 자체가 좀 매우니 달큼한 파인애플을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시작된 떡볶이와의 조합은 우리 집에서 최고의 레시피로 거듭나고 있다.


더 이상 파인애플 논쟁 없이 조카들에게도 엄마는 자주 해주시고 내가 놀러를 가면 "딸 떡볶이?" 하시면 "응"이라고 응수하면 단번에 호로록 만들어 주신다. 파인애플 탕수육은 들어봤지만 떡볶이는 신기하네라는 팀원들은 나에게 방법을 적어달라고 하신 분들도 계셔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드린 경험이 있다.


주말에 한 번 해봤는데 은근히 괜찮다는 분과 과일맛과 어울리지 않다는 분이 있어서 역시 파인애플은 호불호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 집 효자 과일 파인애플은 아빠 생신에도 이제는 떡볶이로 거듭나고 있다. 나도 집에 가면 만들어 먹고 신기해서 이런 레시피는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야금 야금 해 먹고 있다.


사실 떡볶이는 소울 푸드이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에 팔고 있는 떡볶이를 보고 있노라면 지갑이 열린다. 아주 쉽게. 한 컵으로도 팔리기 때문에. 난 소식이라 한 그릇은 먹지 못한다. 그래서 늘 한 컵으로 먹는다. 그런데 이것도 자주 먹으면 살이다. 그래서 아주 배가 고프거나 아주 먹고 싶으면 먹지, 그러지 않으면 거리를 두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급하게 찐 살은 급하게 빠지지 않아서 늘 홈트를 하지만 나이는 정말 속일 수 없다. 주말에는 걷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운동 강도가 높아야 하니 쉬고 싶은 마음이 더 높다. 떡볶이 먹으려면 3시간을 걸어야 한다. 때로는 힘들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이런 취미도 없다면 인생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3시간 걸으면서 뇌도 비우고 나를 잠시 내려놓는다. 그래서 그런가 걸으면 참 가벼워진다. 파인애플 떡볶이 우리 엄마의 정성이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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