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Feb 24. 2024

16만 5천 원 독감,금융치료로 유행을 벗어나셨습니다.

얼마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괜히 피곤함에 눈은 뻑뻑하고 목은 디스크 환자처럼 무겁고 집으로 돌아가는 다리는 얼마나 무거운지 피곤함이 극도에 달했다. 결국 난 알았다. 내 몸에 이상 증세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난 그냥 지나쳤다. 다들 직장생활이 그렇지 애닮 게 생각하거나 유난 떨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자신을 방치했다. 


그러다 앞자리 동료가 잔잔하게 재채기를 했다. 잦은 재채기를 하는데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뒷자리 동료가 "자기 감기지?"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아직 모르겠어요. 머리만 띵하고 " 하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때도 난 몰랐다. 그 순간에 퍼진 분자들이 내 코로 들어올 거라는 걸, 그날 점심부터 계속 너무 추워서 급하게 핫팩을 3개나 들고서 일을 했다. 난 "너무 춥죠?"라고 주변에 물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렇긴 한데 핫팩을 3개씩은 아닌데 자기 아픈 거 아니야?"라고 물었고 나는 평소 내가 손발이 차니 유독 더 그런 날인가 싶었다. 그렇게 4일이 흐르고 금요일 장난이 아님을 알았다. 온몸을 어디서 두드려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잠시 옥탑방에 살았을 때 겨울이었다. 한겨울에 옥탑방에 가스가 그날 들어오지 않아서 밥을 지새운 적이 있는데 그다음 날 어딘가 두드려 맞은듯한 고통을 경험했다.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너무 심하게 아프고 머리에 열은 뜨겁기 그지없어서 이건 그냥 간단한 약으로 안될 것 같았다. 결국 집에 있는 비상약을 찾아서 먹었지만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은 비몽사몽으로 몇 시간을 버티다가 집 근처 병원으로 갔다.

시간은 새벽이었다. 어떻게 갔는지 정말 사람은 죽지 않고 살려고 하면 온 힘을 쥐어짠다고 하더니 그렇게 찾아간 야간 병원에는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어떻게 왔냐고 물으셨고 난 내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어진 독감 검사가 있었다. 마치 코로나 검사처럼 코에다 뭔가를 넣고 검사를 했는데 난 b형 독감이라는 판저를 받는데 15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열이 심해서 링거를 넣는데 바늘을 혈관에 삽입을 할 때 터질 수 있으니 최대한 힘을 빼라는 조언을 받았다. 몇 개를 꽂았는지 모른다.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뭔가를 교체하고 그러기를 3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제 가셔도 됩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자 정말 귀신처럼 몸이 덜 아팠다. 나도 모르게 "아 살 것 같다" 수납을 하러 갔다.

수납을 하시는 분이 "야간 진료에 돈이 좀 나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 내 생황은 돈이고 뭐고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네"라는 말을 하고 기다렸다.


돈은 "16만 5천 원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헉' 했지만 감기에는 금융치료가 직방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결제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묶음으로 준 3가지 약을 털어 넣고서야 주말을 버텼고 직장에서도 유행독감이라고 알리고서 반차를 썼다. 이렇게 많이 아파보는 건 최근 처음이라 사람 잡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다녔다.

엄마는 걱정을 한가득 하셨고 나는 괜찮다고 약 먹으니 한결 좋아졌다고 말씀드렸다.


처음 몸이 좋지 않았을 때 갔다면 이렇게 돈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미뤘더니 결국 터진 것이다.

난 유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유행에 올라섰다.

그것도 아주 크게, 참 값진 시간이었다.

이전 09화 파인애플 떡볶이, 엄마가 만든 반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