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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7. 2024

님아, 책방을 닫지 말아 주오.

무너져가는 책방을 보는 심정.

지금 사는 집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다녔다. 때는 아주 추운 겨울 사람들은 왜 겨울에 다녔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전세이니 나같이 떠돌이 인생은 나가라면 나가야 하고 돈을 올리겠다고 하면 답이 없다. 그러니 추운 날씨 불구하고 옷을 입고 열심히 발을 굴리며 다녔다. 어딜 가도 내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앞이 탁 트이고 좋다 싶으면 보증금이 너무 비싸고 가격이 괜찮으면 지하철이 멀고 참 돈 없는 사람은 살기 불편한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2박 3일을 구하고 구한 이 집은 결정적으로 무작정 내려서 이곳에 드넓은 조명을 봤을 때 서점이 있었다. 그때 마음을 먹었다.

'그래 이곳으로 하자'

사람들은 "그게 전부야?"라고 물었는데 물론 전부는 아니다. 지하철 접근성도 좋고 제례시장도 있고 아울렛도 있고 해서 이곳으로 터를 잡았다. 그런데 혁혁한 공신은 이곳에 중고서점과 동네 서점이 있어서가 거의 80 퍼센트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동네서점이 있다는 건 내게 너무나 큰 메리트였다.


결국 부동산에 들어가서 내 수중에 맞는 돈으로 집을 구했고 이후 길눈에 꽝인 나는 길눈을 익히기 위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서점이었다. 동네 서점치고는 규모도 있고 나름 알찬 구성에 난 감탄을 했다.

그리고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어서 시간을 보내기도 적합하다.

오며 가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날이었다. 급하게 책을 살 일이 있어서 갔다.

지하에 매장이 있기에 알 수 없었다.

지하에는 고기 매장과 함께 있는데 어쩐지 매장 앞에 뭔가를 포장하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처음에는 새책이 들어와서 전시를 하나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들어가려는데 서점주인분이 나를 알아보시고는 "우리 이제 안 해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네?"라고 나도 모르게 답이 나왔고 "우리 서점 하면서 매년 마이너스였어요. 그래도 책이 좋아서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들도 며느리도 하지 말라고 하고 어째 내 나이는 내 마음으로만 살 수 없잖아요" 그렇게 쓸쓸하게 돌아서시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저 그럼 책을 찾고 있는데 안..." 주인분은 "우리 지금 책 정리 중입니다. 그리고 자주 오시는 거 알아요. 그래서 손님 같은 분만 계시면 할만하죠, 아시잖아요. 요즘 온라인 중고서점 많아지고 그런 대형 온라인서점이 오프라인도 하고 우리 같은 서점들은 당해 낼 수 없어요, 잠깐만요" 그렇게 잠시 자리를 비우시더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권하셨다.


난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근처에 여고 여중 남고 남중도 있어서 문제집도 팔지만 요즘 다 인터넷으로 사니까 진짜 급하면 구입을 하고 아휴.." 나는 뭐라 말씀을 드리기 힘들어서 "네.."라고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여기 정말 좋아했어요"라고 말하자 "알죠, 월간지도 많이 사시고" 그때 "여기 정리 끝입니다"라고 어느 남자분에 힘찬 음성에 "저 이제 가볼게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급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곳은 중고서점이 3곳이 있었지만 2곳은 폐업을 했다. 이유는 결국 이윤이 남지 않아서였다. 그 중고서적 자리는 마사지를 하는 곳으로 바뀌었고 나는 발품을 팔아서 다른 중고서적을 찾아서 가서 책을 구입하고 있다. 뭔지 모를 씁쓸함에 괜히 울컥했다.


서점 참 좋았는데 , 나 좋자고 열어주세요 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그날 내 다리는 정말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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