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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0. 2024

내게는 불편했던 롯데리아 햄버거.

내가 살았던 고향에는 프렌차이저 햄버거집이 없었다. 그냥 제과점에서 햄버거를 팔아서 맛이 거기서 거기이거나 약간 다른 변형에 햄버거가 있었다. 운이 좋으면 고기 패티가 좋은 햄버거를 먹었는데 사실 엄마는 햄버거를 그리 즐기지 않으셨다. 고기 패티도 그렇지만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그리 권할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그냥 크림빵을 사주시거나 곰보빵을 사주셨다. 그래도 어린 나는 가끔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하면 엄마는 식빵을 기본으로 해서 햄버거처럼 만들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샌드위치에 가까웠다. 그것도 귀해서 아주 아껴먹은 기억이 난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 롯데리아가 들어온 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맞은편에는 아주 오래된 빵집이 있었는데 그 빵집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다. 그래서 내심 사람들은 현타를 맞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 롯데리아가 궁금해서 친구들이 가면 현란한 매대를 보면서 '아 이런 게 서울에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막상 시켜 먹지는 못하고 돈을 모아야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사 먹었던 햄버거는 1500원이면 되지만 롯데리아는 세트가격에는 어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엄마에게 신기한 햄버거 가게라고 이야기를 했고 엄마도 익히 들어서 아신다며 이제 동네에도 이런저런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는 걸 보니 시골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다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한 달이 좀 지났다. 내 생일이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 집은 생일이라고 해서 무슨 파티를 한다거나 선물을 준다거나 그런 게 없다. 그냥 밥같이 먹고 편지 써주고 그게 끝이다. 그렇게 살아와서 별 기대 없는 생일을 보내거나 아니면 아예 점핑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친구들은 그럼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아니"라고 한다. 살면서 넘어갈 수 있지 머리 아프게 어떻게 매번 챙길 수 있겠어라고 살았기에 쿨했다.

그날은 좀 달랐다. 엄마가 나에게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말고 집으로 바로 오라고 하셨다. 나는 왜냐고 물었는데 엄마는 오늘은 집에서 밥을 같이 먹자고 하셨다. 여동생은 들뜬 마음에 "언니 생일이라서 엄마가 맛난 거 하나보다" 하면서 룰루랄라 했고 나는 "그냥 그렇겠지"라고 하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그날은 아빠도 집에 계셨다. 


집에 도착을 하니 엄마는 책상에 잔뜩 뭔가를 올려놓으셨다. 나는 뭔가 싶어서 꺼내려는 순간, 엄마는 "잠깐!!" 하시며 동작을 멈추게 하셨고 "자 아주 중요한 순간이야 " 하시며 카메라를 켜셨고 우리는 뭐지? 하며 책상을 보는데 엄마는 "하나씩 골라" 라는데 이런 롯데리아 버거세트였다.

우리는 "엄마 사랑해" 하며 다 같이 음성을 높였고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보이셨다.

내가 잡은 처음 버거는 새우버거였다. 그리고 활짝 웃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각자 버거를 반씩 잘라서 서로 나눠 먹었고 정말 빠르게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께서는 거의 드시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엄마 정말 맛있어"라고 이야기를 했고 엄마는 "다르긴 하네" 하시며 우리를 지켜보셨다.

신기한 음식이라는 생각에 돈계산도 하지 않고 나는 그렇게 동생과 웃으며 햄버거를 먹었고 그 이후로는 돈을 모아서 햄버거를 사 먹으면 동생과 엄마와 같이 나눠서 먹었다.

그렇게 생긴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줄을 길게 서야 했던 내 인생 첫 햄버거가 되었고 지금도 난 롯데리아를 가면 새우버거를 먹는다. 요즘은 워낙 많은 메뉴가 있으니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햄버거는 고등학교 때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 맛을 잘 모르겠다.

가끔 치즈스틱을 사 먹으려고 가기는 하지만 그것도 가끔이라, 어린아이들을 보면 어릴 때 내 모습이 보여서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음식이란 이렇게 사연이 있고 생각이 있다.

내 인생 첫 번째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새우버거 만나서 반가웠다. 하지만 불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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