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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8. 2024

스타벅스 텀블러를 즐기는 슬기로운생활.

스타벅스 텀블러를 저금통으로 사용하는 취미활동.

스타벅스를 이용하면서 차도 마셨지만 분기별로 텀블러부터 찻잔도 샀었다. 뭐든 눈에 보이면 사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과감한 지출은 금하기에 몇 번이나 고심을 하고 나서 사고 결국은 가장 저렴하게 내려가면 텀블러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언제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타벅스 텀블러가 내 책상 공간을 지배하게 되는 순간, 아 그만 사야겠다는 뒤통수를 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은 구매를 그만하면서 그냥 눈요기를 하게 되었다. 사놓고 굴비 보면서 밥 먹듯이 살았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슬기롭고 바른생활에 꽂혔다.


저금통이다. 텀블러는 생각보다 깊이가 있다. 그래서 난 텀블러 두 개를 골라서 한통에는 동전을 한통에는 지폐를 넣어서 저금통으로 사용했다. 보통은 꿀꿀이 저금통을 다이소에서 이용하기 마련인데 있긴 있었다. 하지만 너무 저렴한 탓인지 몇 번 배를 가르고 나면 고장이 나서 결국은 다이소에서 몇 번을 또 해야 해서 반복되는 그 감정이 싫어서 과감히 텀블러 사용을 결정했다.


생각보다 예쁘고 손이 가는 그 텀블러는 넣어달라는 그 동그란 부분에서 다달이 쌓아가는 그 동전에서 뿌듯함을 느꼈고 나처럼 텀블러에 돈을 넣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주위에 알렸다.

동료들의 반응은 "어 진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이게 해 보니 진짜 꿀입니다. 그냥 그 묵직함에서 오는 자동차로 치면 승차감.ㅋㅋ"

주위에서는 "나도 해 볼까?" 그래서 결국은 전도를 하면서 나 나름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금도 열심히 모으고 있고 마치 적립을 하니 적금을 넣는 것처럼 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에는 무려 12만 원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룰루랄라 그 돈으로 중고서점에서 책을 3권이나 샀다. 이 돈은 왠지 공짜인 듯한 느낌은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돈을 모은다는 느낌에 성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아빠가 술을 드시고 오시면 잔돈을 주셨다. 얼굴이 불콰하게 하게 오시면 "그래 우리 딸들 보자" 하시면서 "아빠 우리가 안마해 드릴게" 하면 "시원하다"라는 말을 하시면서 주머니에 지폐도 있는데 동전을 주시면서 "자 10원 100원 " 이렇게 주셨다. 나는 내심 1000원이 받고 싶어서 "아빠 천 원 "하면 아빠는 "이건 엄마" 하시며 정말 신기하게 그 돈은 엄마에게 갔다.

역시 아빠는 현명하셨다. 그다음 날 반찬에 고등어는 아빠에게 갔다. 나는 시큰둥하게 있으면 아빠는 "우리 큰딸 좋아하는 고등어. 자 한 점" 하시면서 올려주셨는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여보 내 주머니에 동전 어디 있는 줄 알아?"라고 진심으로 엄마에게 물으셨다.

엄마는 파안대소를 하시고는 "자기가 어제 애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잖아"라고 웃으셨고 아빠는 뒤늦게 머리를 두드리시며 "알겠어"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웃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지금 내 텀블러 저금통이 생각하면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목표가 생겼다. 최대한 많이 모아서 엄마에게 예쁜 목도리 하나 사드리려고 한다. 엄마의 미소가 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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