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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1. 2024

지하철 카드 지갑을 찾아주신 고마운 지하철 역무원님

-서울생활  처음으로 받은 따뜻한 마음-

그날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며 일분일초를 다투었다. 늘 그렇듯 2호선은 사람이 너무 많다. 전투모드다. 그래 타자하고 내 몸을 움직여서 타려고 했을 때 그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내 가방에서 뭔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난 알았다. 이 2호선은 넘겨야 한다는 것을. 눈물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지하철 출입구 비상벨을 눌렸다. 그리고 간절하게 이야기했다. "어... 저 제 교통카드가 떨어졌습니다. 혹시 찾을 수 있을까요? 거기에 금액이 크게 있어서요" 돌아온 답변은 "잠시만 기다리세요"


난 발을 동동 거리며 기다렸다. 1분도 되지 않아 두 분이 오셨고 나에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셨다.

내가 움직이려던 순간 떨어진 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그때 두 분 중 한 분은 그 상황을 봐야겠다고 가셨다. 그리고 다시 오셔서 나에게 잠시 떨어져 계시라며 뒤를 물리셨고 다행히 내가 서 있던 칸에서 뭔가가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다음 역에서 지하철이 오는 시간은 약 2분 정도, 숨이 막이는 순간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역무원님은 나에게 "못 찾을 수 있고 찾아도 떨어져서 마그네틱이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난 두 손 모아 공손히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기다렸다. 그때였다. "여기입니다" 한분이 긴 장대로 내 카드를 들어 올리셨다. 난"맞습니다" 하고 큰소리를 냈고 역무원님은 "맞습니까?" 난 "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체크를 해보니 돈은 그대로 있었고 기능도 그대로 되었다. 


난 아날로그자이다. 카드지갑을 가지고 다닌다. 다들 휴대폰에 심어서 다닌다고 하는데 그걸 할 줄 몰라서 그냥 카드에 돈을 넣고 육심원 카드 지갑을 사서 넣고 다니는데 가방이 바뀔 때마다 그걸 옮기고 다녀야 한다. 나같이 가방이 바뀌는 날에는 그 카드지갑도 생각을 하고 다녀야 해서 일 년에 두어 번은 실수로 그냥 집에 두고 오기도 한다.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툭 하고 떨어지는데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있었다. 세상 생각하면 별일 아닌데 그랬다.


몹시 추운 날이었다. 역무원님은 나에게 들어가서 차를 한 잔 하시라고 권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가야 할 길을 가지 않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별 것 아닌 것에 울었나 하는 생각과 이게 뭐라고 그리고 이 카드는 뭐지? 여러 복합적인 생각이 들어서 서울 살면서 내가 이렇게 허술했나?라는 생각에 역시 서울은 나와는 진짜 안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은 정말 사표를 쓰고 싶었다.

서울 자체가 감정노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야 하는 길은 먹고사는 길이니 시간은 맞춰야 하고 조금은 늦을 것 같아 그날은 회사에 이야기를 미리 했다. 그렇게 어떻게 도착을 하고 점심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다들 그런 경험은 기본이라며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아서 또 멍하게 있었다.


그 이후는 카드지갑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휴대폰 케이스에 넣고 다닌다. 정말 편하다. 이렇게 편하게 다니면 되는 것을 무엇을 위해 그렇게 고집을 부렸나 생각해 보니 그 육심원 카드 지갑은 예전 남자친구가 선물 해준 지갑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고집을 하고 가지고 다녔는데 그때 그냥 버렸다면 헤어졌을 텐데 또다시 만난 게 인연인가 싶어서 어이가 없어서 박스에 넣고서 다시는 열어 보지 않고 있다.


고향에 사는 친구들은 나에게 서울에 살면 뭐가 가장 필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지하철노선도를 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처음 서울 와서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데 정말 어려웠다. 고향은 시간이 더디 가는 곳이지만 서울은 너무 빨라서 내가 지키지 못하면 바보가 되는 곳이라 나는 버텨야 한다는 심경으로 살았다.

사람들은 서울에 살면 뭐가 좋냐고 물어봤는데 그다지 좋은 건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서울 살면 성공한 거 아니냐고 묻는 친구들에게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지금도 내게 고향으로 오라고 하고 있다. 나도 곧 갈 것이라고 이야기는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마운 분들이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 도움을 받고 산다. 카드지갑을 찾아 주신다고 바닥까지 가서 확인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관계자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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