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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16. 2024

17년 절교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때는 대학교 3학년. 그때는 너무 어렸다. 나도 어리고 그 친구도 어리고. 우리는 참 잘 통했다. 하지만 그 잘 통한다는 게 우리를 어렵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몽접아 나는 네가 참 좋은데 내가 힘들어"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 친구는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그 남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써야 하는데 자신은 편지를 잘 못쓰니 나에게 부탁을 했었다. 난 잘 생각해 보라고 여러 번 권유를 했지만 친구는 뜻을 꺾지 않았고 결국은 몇 번의 대필을 했다. 그렇게 둘은 여러 번 편지를 주고받았고 긍정의 신호가 올 때 즈음 한 번 보자는 남자 쪽의 연락이 왔다.


같은 과였고 그 남학우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기가 많은 남학우였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다린 곳은 학교 앞 돈가스집이었는데 아늑하고 칸이 쳐져 있어서 말하기 편했기에 장소를 그리로 정했다. 10여분 정도 기다렸다. 그리고 정말 그 남학우가 자신의 친구와 같이 왔다. 의도하지 않게 2대 2가 되고 나는 어렵지 않게 친구 이야기를 했다. 그 남학우는 시작했다. "몽접아 편지 잘 받았다. 무슨 일이냐? 네가 나를 좋아하고?"

헉 , 일이 꼬였다. 


사건은 이러했다. 친구의 대필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친구는 또 전하기도 어렵다고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하기 어렵다며 나에게 부탁을 했다. 나는 누구에게 전달하면 좋겠냐고 물어서 그 친구의 절친이 있으니 그 절친애게 나에게 대신 전달해 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나는 그건 정말 자신 없다고 했으나 딱 3번이면 된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정말 3번을 하고 그 후 대필편지와 전달은 누가 했는지 모른다.


그 남학우는 내가 자신을 좋아해서 편지를 썼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왔다고 했다. 나는 오해라고 했고 내 옆자리 친구가 너를 좋아하는 거라고 했더니 안색이 변하더니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어색하고 지옥 같은 분위기가 흘러가더니 결국은 친구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남자 둘은 떠나버렸다.


사건이 충격이었는지 친구는 2주 내내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결국은 휴학을 했다.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데 왜 안 나오는지 이해도 되지 않고 해서 문자를 여러 번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길 한 달이 되었을 때 친구는 나에게 절교를 선언했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이 친구를 잃고 지냈다. 


내가 졸업할 때 즈음 이 친구는 복학을 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 남학우는 군대를 가고 같은 과 동기와 결혼을 했다. 명동성당에서 결혼을 해서 다 같이 축하를 했는데 그 친구는 없었다. 다들 그 친구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지만 휴대폰 번호도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냥 넘겼다. 그렇게 세월은 지나고 생각을  하니 17년 절교를 선언한 친구에게서 아주 오래된 메일이 왔다. 정리하자면 그때 미안했고 어렸다고 시간 되면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와 잘 살고 있다고 남학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고 일단 소문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숨는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적었다.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까지 절교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내가 혹시나 이야기를 하고 다닐까 봐 그랬던 걸까 싶어서 나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아예 이야기하지 않고 다녔다. 완전 비밀로 하고 다녔기에 그녀도 나를 믿고 그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절교선언을 듣고서 처음은 친구를 잃어서 슬펐고 아쉽고 그다음은 화도 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장 힘든 건 친구인데 그래서 난 이해한다고 하고 연락을 끊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온 게 매우 당황은 되었지만  결혼도 하고 예쁜 아이도 있고 잘 산다고 하니 어쨌든 좋은 소식이니 축하는 했다. 이렇게 연락이 오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라는 글자가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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