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박제 싸이 추억
가끔은 옛날 기억들을 더듬어...그것도 매우 바쁜 와중에(오늘도 마침 그런 날이다) 옛적 기억들을 더듬어본다. 첫사랑인지 풋사랑인지 기억도 제대로 안 나는 그 시절...친구로부터 내 짝사랑의 얘기를 전해들은 첫 반응에 그냥 말없이 수긍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는다는 것은, 관심어린 충고인지 일방적인 비난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사랑이 죄인가. 맥락상 사랑이 아닐 수 있게 되는 게 요즘의 사랑이다.
사랑의 아련한 기억들을 더듬는 일이 아녀도, 내 옛적 기억을 소환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오늘도 점심에 그런 일이 있었다. 장인어른의 병환이 기적적으로 나은 일화와 엮인 우리 아이의 탄생 비화. 질문의 출발점이 그것이어서 그 얘기를 끄집어 낸 것이 아니다. 편한 사람과 오랫만에 '무장해제'를 하고 얘기를 꺼내다 보면 의식의 흐름은 어느덧 내가 잘 아는, 결국 나란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되고 한참동안을 노닥거리고 나면 '이 얘길 왜 꺼냈지...'가 아니라 다음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통상 내 이야기에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데 내 의식의 흐름대로라면 가지처럼, 거미줄처럼 혼재돼 있지만 한 방향으로 귀결된다.
모든 게 결국 내 삶의 일부였고,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심지어 애잔함까지도..작은 감정 하나하나도 결코 흐트러짐 없이 오롯이 나한테로 집중되고 모이고 있고,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뿌리와 같다는 것을.
혼돈 가운데 나를 돌아오게 만드는 회복탄력성의 정점엔 결국 그런 일상의 단상들, 그리고 내 삶 깊숙히 뻗어나가 있는 기억이니 추억이니 뭐 그런 것들.
글을 열심히 쓰면 안 되는 상황인데 방금 전 닫은 브런치를 또 열어재낀다.
그리고 열심히 또 키보드를 두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