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피하지 못했던 모든 날 모든 순간들

흑역사는 방심하면 생기는 법

by 오채아

어떤 순간에도 방심은 흑역사의 지름길이다.

누구든, 어디든, 나 자신을 믿지 말자.


첫 번째. 직장 내 흑역사 에피소드

– 창피함을 아는 자가 더 고통스럽다.

1. “칼퇴의 전설”
모든 사람의 눈빛이 모니터로 향하던 그 시각, 홀로 칼퇴를 선언했다. 첫 직장의 서막을 요란하게도 열었다.
문을 나서며 느낀 건 후렴구 없는 싸늘한 정적과, 내 뒤통수를 스캔하는 xx쌍의 시선.
그날 이후 ‘퇴근 선수촌’이라는 별명을 획득했다.

(이러려고 러닝을 시작했던가)

2. “카톡 전송 참사”
친구에게 보내려던 카톡

“오늘도 강아지 사진으로 버틴다… 점심 뭐 먹냐!!”
그 메시지를, 실수로 상사님께 보냈다.
5분 후 회의실에서 상사님이 꺼낸 첫마디: “강아지가 너무 귀엽네요?”
이쯤 되면 점심 메뉴 논쟁이 무서운 게 아니라, 내 인생이 논쟁거리다.

3. “자료 교체 대참사”
중요한 미팅에서 자랑스럽게 열어젖힌 PPT는, 내가 밤새 준비한 ‘결과물’이 아니라 지난달 급여명세서였다.
시작부터 숫자로 시작했는데…0이 별로 없어서
묘하게 다들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셨다.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업무 신뢰도는 PPT와 함께 폭삭 내려앉았수다.

카톡 내용의 주인공이자, 회사원 푸들 부캐의 실제 주인공이다.


두 번째. 대학 시절 흑역사를 전공했단 사실

– 수강신청 보다 쉬운 건 흑역사 생성뿐

1. 첫 조별과제의 전쟁

조별과제 발표 날, 평소 발표에 자신 있었다.

준비라고는 마음의 준비 밖에 하지 않았던 나, 자신

하지만 교수님 앞에선 한 없이 작아진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다.

교수님 앞에서 준비 안 한 티를 팍팍 내며, 거의 애드리브로 마무리한 최악의 발표 현장이었다.

그날 조원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2. 얄팍한 성인 흉내

20대 초반,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다.

사춘기 보다 무섭고, 갱년기보다는 우습다.

봉사단체를 운영하던 시절이었다. 나름 책임자라고 어른인 척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고 싶은 의견을 내세우고, 듣고 싶은 의견만 듣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보낸 팀원들에게 아픔에 공감하기보다 당장 빈자리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었던 역할에만 충실한 어린 어른이었다.


마지막. 면접장에서 오디션 본 그녀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압박, 그 속에 피어난 웃음꽃

1. “AI 면접이 뭐죠”
긴장한 나머지 화면에서 “자기소개 ” 하라는데
“ 입사 후 포부”로 동문서답하기 시작했다.

아주 당찬 녀석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대차게 떨어졌다. 그 화면을 보신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토마토가 되었다.
표정은 웃었지만, 나의 심장은 울었다.

2. “여기는 오디션, 삶의 현장”
이력서 날짜는 놓치는 것은 취준 시절 가장 하찮았던 실수인 줄 알았다. 다른 의미로 하찮은 실수이다.

가장 낮은 단계의 실수였으니...

면접장에서 장점을 묻는다면 보통 성실함과 사무 능력을 어필할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 법을 물어보는 질문 또한 운동이나 영화 보기라고 대답하는 면접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디션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혼자 노래 부르기?라고 생각했는데, 뱉어 버렸다. 사실 난 운동 마니아라 혼자 노래 부르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정말 그때 잠시 혼자 노래 부르기에 심취할 시기였다. 그런데 어떤 면접자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대답하겠는가. 어찌 된 일인지 합격했다.

그 후 놀림감으로 이용하기 위해 뽑은 것이 분명하다.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오늘의 흑역사는 마무리하겠습니다.


작가의 메시지
흑역사는 앞으로도 생성될 겁니다. 그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땅에 숨고 싶지만, ai가 대체하지 못할 나만의 스토리를 그릴 수 있는 기회예요.
그러니 이제는 숨기지 말고, “그래, 그때 진짜 망했지!” 하고 웃어봅시다. 흑역사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고, 언젠가 술자리에서 제일 먼저 꺼낼 전설의 에피소드가 되거든요.
흑역사를 추억으로 바꾸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생 개그의 주인공이 됩니다.


다음화는 멀티 프로필로 사용하실 만한 직장인들을 위한 대리 상소문을 제작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