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가 주재료인 치즈케이크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각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면서 각 지역들의 특성에 맞게 변형된 다양한 레시피가생겨났는데, 특히 코티지치즈 또는 사워크림으로 만든 치즈케이크가 주를 이뤘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치즈케이크는실수로 탄생한 크림치즈를 주재료로 해서 구워낸 진하고 꾸덕한 식감의 뉴욕 치즈케이크이다.
19세기 말경에뉴욕에 사는 낙농업자 윌리엄 로렌스가프랑스 뇌샤텔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실수를 했다고 한다. 버리려다 맛을 보니 생각보다 맛이 좋았고,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게 된 제품이 바로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라고 한다. 이 크림치즈를 넣어 만든 뉴욕식 치즈 케이크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케이크로 자리 잡았다.
만약 그 실수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맛있는 뉴욕 치즈케이크는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한다.
풀커버 보험에 가입하고도 무지로 인한 실수로 렌터카 업체로부터 무려 4.200유로(약 오백사십만 원) 청구서를 받았다.
장거리 이사를 해야 했던 아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부모님 찬스를 쓰고 싶다고 했다. 독일은 포장 이사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운전면허증이 있는 남편이 이삿짐을 싣을 수 있는 벤을 렌트했다.
아들이 거주하고 있었던 주거 건물은 정문 안으로 이삿짐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얼핏 보기에도 문의 높이와 벤의 높이가 엇비슷해 보였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차 윗부분이 문에 닿는지를 신경 쓰면서 운전했다. 반쯤 무사히 들어가자쑥 진입을 했다. "따닥" 소리가 났다. 제법 큰 소리에 놀라서 살펴보니 벤의 뒤편 꼭대기에 붙은 브레이크 등이 정문 윗부분에 부딪혀 떨어져 있었다. 놀란 가슴에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다행히 브레이크 등만 떨어진 것 같았다.
건물 정문과 렌트했던 벤입니다.
" 브레이크 등 다는 거야 비용이 얼마 안 하겠지만, 풀커버 보험에 가입해서 다행이네."
"이삿 날 액땜했으니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
이런저런 이야기로 폭풍 수다를 떨면서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다음날 차를 반납하면서 다시 자세히 보니 차 뒤쪽윗부분이눌려져 있었다. 렌터카 업체 직원은 "너는 풀커버 보험 가입했으니까 그냥 가면 돼"라고 했다.
이렇게 이사는 무사히 잘 끝났다!라고 점을 찍은 후, 정확히 일주일 뒤에 이메일을 받았다. 렌트했던 차 수리비용 4.200유로를 2주 내로 입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사고 당시 경찰에 신고를 안 했기 때문에 보험적용이 안된다는 문장도 한 줄 있었다. 전화를 해서 그런 내용을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고 하자, 업체에서는 영수증에 쓰여있다고 답했다. 확인해보니 정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사고 발생 시 경찰 확인서를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라고 적혀있었다. 그날 영수증과 차 열쇠를 우리에게 주던 렌터카 업체 직원은 주의사항에 대해서는한마디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차를 렌트할 때, 아니 심지어는 영화관에서 표를 살 때조차도 직원분들이 빨간색 색연필로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점들을 동그라미 치면서 설명해준다. 너무나 익숙했던 그 친절함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사하던 날, 몇 가지 실수를 했다. 결제하고 받은 영수증을 꼼꼼히읽어보지않았다. 브레이크 등만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가장 큰 실수는 그날 일어난 일을 사고라고 인지하지 못한 거였다.사람과 차, 차와 차의 충돌만을 '사고'라고 생각했던 것같다.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어마 무시한 지출에 화가 났지만 딱 하루만 속상해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혹시라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평범한 우리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 배워가면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과도한 자책은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