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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May 22. 2021

이런 식빵!! 이라니....


그래서 더욱더 빵 굽기에 집중한다.


50대로 들어섰다. 갱년기 증세들은 골고루 찾아오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특히 갑자기 밀려오는 초조함과 불안감, '지금까지 난 뭘 하고 산 거지?'라는 생각은 밤잠을 설치기엔 충분했다.


20,30 대에 나에게 찾아와 준 일할수 있는 기회들을 호기 있게 거절하고, 지금 남은 건 아쉬움뿐이다. '만약에 그때 그 일들작했더라면....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 당시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남보기에 그럴듯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허세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허세는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나온 거였던 것 같다. 당장은 아이도 키워야 하고, 나중에 내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렇게 허풍을  떨었던 거 같다.  그러면서 일생에 몇 번만 온다는 그 기회들을 그렇게 어이없이 보내버리고 말았었다. '다시 기회가 올까?'부터 시작해서 과거를 곱씹고,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악몽을 꿨다.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 괴로워하고 있는 60대의 내가 있었다. 이불 킥을 하고 벌떡 일어났다.

난 아직, 고작 50대. 어렸을 때처럼 허세 부릴 기력 없고, 그 자존심이라는 게 그다지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 잘 아는 나이다.


10년 후, 지금처럼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자 온몸에 묘한 떨림이 오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들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를 적어보려고 종이와 연필을 꺼냈다.


한참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모르겠다. 가 좋아했던 , 잘했던 것들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늘은 생크림 식빵을 만들어 달라던 식구들의 주문만 머리에 맴돌았고 종이에 식빵, 식빵, 식빵.... 이렇게 계속 쓰고 있는 나를 았다.


서글프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어 물이 나려는 순간이었다. 웃음이 터졌다. '나 혼자 산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식빵을 외치던 김연경 배구선수의 모습과 내가 종이에 쓴 '식빵'이 오버랩되면서 웃어 버린 것이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중요지만, 지금 나는 빵을 좋아하는 식구들위해 식빵을 만들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렇게 베이킹을 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빵들은 저마다의 역사적인 이야기들, 혹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품고 있다. 나는 식구들과 지인들에게 빵과 함께 그 빵에 얽힌 이야기를 같이 내어주곤 한다. 빵은 나에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었던 거였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 일은 빵 만드는 것이고, 좋아하는 건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래서  베이킹하면서 느낀  빵의 언어를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졌다.

10년 후 또다시 지금처럼 공허함과 불안에 괴롭더라도, 적어도 10년 치만큼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을 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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