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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Aug 29. 2023

편의점 인간_무라타 사야카

'정상'과 '비정상' , 그리고 편의점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국내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난 후, 이번에는 같은 '편의점'이라는 소재로 쓴 일본소설 <편의점 인간>을 읽게 되었다.

 일본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이 인물 파악이 어렵다. 성으로 불렀다가, 이름으로 불렀다가 혼동이 있기도 하고 이름도 다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외우기도 어렵다.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 알려주실 분?) 앞에 인물 소개가 따로 없어서 그냥 헷갈려하면서 읽었다.





1. 이야기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남들과는 다르게 정서의 강도가 매우 낮고 공감능력이 결여된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게이코이다. 게이코의 가족들은 게이코를 '고치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고 게이코는 그런 가족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나이가 들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투, 습관, 옷차림 등을 따라 하며 보통의 사람처럼 지낸다. 그러나 취직만큼은 어려워 편의점에서 18년째 아르바이트를 하며 프리터족(프리+아르바이트로,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되었다.


 게이코가 일하는 편의점은 직원들이 항상 깔끔한 복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 '조회'라는 것을 한다. 이를 보며 누군가는 종교 같다고 말한다. 편의점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매일 드나들고 그 손님들로 인해 편의점은 살아 숨 쉰다. 게이코는 매일 편의점의 목소리를 들으며 '편의점 점원'으로 살아간다.


 게이코가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 편의점에서 일을 하자 주변사람들은 게이코에게 왜 아직 취직을 하지 않았냐, 결혼은 하지 않냐 하며 참견을 하기 시작한다. 게이코는 동생이 만들어준 핑계이자 어느 정도는 사실인 '아프다'는 이유를 대며 매번 빠져나가지만 그들은 그런 게이코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바라보며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편의점에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으로 시라하가 나타난다. 시라하는 현대사회는 마치 '석기시대'와 같다는 말을 매일 하며 짙은 피해의식에 갇혀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으면서 '편의점 점장 나부랭이', '남자의 본능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군요.', '세상이 불완전한 탓에 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요.'와 같은 불평만 늘어놓는다. 그렇게 편의점 사람들을 무시하고, 일에도 성실하지 않으며 혼활(결혼활동)을 위한답시고 손님 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면 몰래 따라가는 등의 행동을 하다가 결국 잘리고 만다.




2. 생각하기

 게이코와 시라하는 둘 다 사회에서 '정상'취급을 받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작가는 그 두 사람을 통해 '정상'이라는 틀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비판하고자 했을까?


 일본의 문화가 정말 이런 것인지,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로 타인에게 무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지, 또 남녀에 대한 각각의 고정관념이 이렇게 심한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개방성이 낮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받아들이기 꽤나 힘들었다. <인간실격>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불편감을 느꼈었다. 일본 추리소설들을 읽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공감이 어려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라하의 편집증적인 성격이 책을 읽는 내내 하차하고 싶게 만들었다. 때문에 게이코가 무덤덤하게 시라하의 그런 성격을 해석할 때 속이 시원했다. (이런 게이코의 성격 탓에 중간중간 평범하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인한 웃음 포인트가 꽤 있었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래서 '비정상'인 사람들은 전부 '고쳐져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남들과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면 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 물음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사람들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에게도 남들이 보기에 '고쳐야'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내 말투도 누군가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깔보는 사람은 특히 눈 모양이 재미있어진다. 그 눈에는 반론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 또는 상대가 반발하면 받아쳐줘야지 하는 호전적인 빛이 깃들어 있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깔볼 때는 우월감이 뒤섞인 황홀한 쾌락으로 생겨난 액체에 눈알이 잠겨서 막이 쳐져 있는 경우도 있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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