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슬픔, 그리고 닫힌 세계
존재하지 않는 삶 vs 존재하기에 모든 것이 감시당하는 삶
나에게 '생존'이란 무엇인가?
'클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을까?
'별다른 방법이 있겠어? 마르코, 알다시피 여긴... 닫힌 세계야.'
우리는 우리가 멍청하다는 걸 좀 알아야 해. 우리가 정한 기준과 규칙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죽고 싶다는 마음은 가볍고 산뜻해. 땅에 발이 닿지 않아서 어떠한 무게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날아가고 싶은 거야. 더 드넓은 곳으로. 그러니까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치유키를 몰아세우거나 다그치지 않았으면 해. 너무 가벼워서 너의 센 입김으로도 날아갈 수가 있거든. 치유키의 몸에는 그래서 흔적이 많아. 날아가고 싶을 때마다 몸에 표시를 해두었거든. 나이테 같은 거.
세계를 지배한 절망보다 나약하게 핀 희망을 사랑했을 테니까.
먹먹한 슬픔을 덮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이불처럼 잘 포개어 옷장에 넣어둘 수 있을 줄 알았어. 가끔씩 꺼내 덮었다가 언제든 접어 넣을 수 있게. 비록 지금은 그 무게에 눌려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소마, 나는 우리가 이끼였으면 좋겠어. ... 고귀할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 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 햇빛을 많이 보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물을 마시지 못해 메마를 일도 없게. 그렇게 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시시하겠지만 조금 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