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by jour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살짝 추운 늦가을이 되었다.

높아진 하늘, 하얗고 풍성한 구름, 따사로운 햇살~

이제는 제법 추운듯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이 있듯이 그렇게 더웠던 여름은 물러났다.

왠지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모락모락 마음이 들뜬다.


이맘때쯤 강릉으로 가을 여행을 갔던 때가 기억난다.

저녁때 출발하여 기차 안에서 자는둥 마는둥하며 새벽녘에 도착하였다.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기찻길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풍경에서 일출을 기다려본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어떨까 했는데 멀리서 어렴풋이 해를 볼 수 있었다.

잠은 잘 못 잤지만 온 보람이 있었다.

자갈길을 걸으며, 새벽공기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풍경을 잠시 감상하였다.

출출하여 음식점을 찾다 순두부 음식점에 들어갔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식사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아빠와 오랜만에 함께하는 여행이다.

아빠와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처음엔 망설였다.

하지만 어딘가 여행을 갈 때면 아빠도 함께 가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가기 전엔 삐걱거리고 말이 많았지만 막상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하다.

기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창밖 구경도 했다.

잠은 제대로 잘 수 없었지만 밤 기차의 낭만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카페 거리를 걷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창가로 스며들어 기분 좋은 편안함을 준다.

커피와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는 옛날 사람답게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된다.

예전 학창 시절 이야기를 또 꺼내신다.

힘들게 공부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고민이나 힘듦은 아주 미미하게 느껴진다.


바닷가로 나와 모래사장에 작은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는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시름을 하나, 둘 흘려보낸다. 유명하다는 시장에서 사 온 치킨과 간식거리를 먹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갖는다.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고속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다.

간이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로 향한다.

가는 길이 좀 막히긴 했지만 졸다 깨다 하며 서울 톨게이트를 향한다.


여행이 다 이런거겠지.

떠나기 전엔 설레임과 기대를 안고 작은 용기를 내어 차에 오른다.

계획대로 다 이루어지진 않더라도 뜻밖의 장소와 공간, 예상치 못한 상황의 마주함이 마음의 유연함을 갖다준다.

아빠는 지금은 편찮으셔서 먼 여행은 가기 힘들다.

멀리 가는 건 어렵지만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가끔 가져야겠다.

추억 여행 앨범의 한 켠에 또 자리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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