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것은 솔직함

ai 아티스트

“그동안 계속 그림만 그리시느라 힘드셨죠? 쉬어가는 느낌으로 오늘은 재미있는 수업을 해보려고 해요. “

첫 샘플 수업 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거창하게 PT자료까지 준비해서 디지털 미술에 대해, 더 나아가 AI디지털 아트에 대해 소개를 했던 날.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고 손을 쓰기가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특히 Ai활용한 디지털 미술을 꼭 가르치고 싶었다. 30분 또는 한 시간 먼저 교실에 도착해 무슨 생각들을 할까 싶었던 수강생들에게 그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미리 제출한 수업 계획에 있던 것은 아니지만 수정계획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가끔은 쉬어가는 재미처럼 오늘은 마음껏 엉뚱하고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오늘은 드로잉앱을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메모장을 열어 주세요.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적어보세요. 단어도 좋고 문장도 좋아요.”

스마트 보드판에 예시를 들어 설명을 했다.

스마트 보드판은 연필처럼 적고 그리기가 가능해서 자주 활용한다. 손바닥으로 슥슥 닦으면 지우개처럼 지워진다. 매우 탐나는 아이템이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전자칠판에 적었다. 그리고 번역기에 넣어 영어로 번역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귀여운 곱슬머리 아기가 하늘 위 무지개 구름에 앉아있다.

Cute curly-haired baby sitting on a rainbow cloud.

다양한 이미지들이 나타나고 스크롤하면서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고르면 된다.

모두들 환상적인 이미지에 빠져 그들이 곧 만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듯했다.

초코빵님은

‘남자와 여자가 해변길을 따라 데이트를 하고 있다.’라고 메모장에 적고 계셨다.

그 옆자리에 앉은 실버님은 우리 방에서 가장 어린 23살 여성분이다.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7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자꾸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강요해서 헤어지게 되었다고 말해주셨다.

새로운 남자 친구를 만들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담겨있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오사카님의 메모장에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이내 적어 내려간 메모에는 ‘남자, 집, 춤’ 등의 단어들을 적고 계셨다.

결과물은 단연코 멋진 남성들이 나왔고 오사카님의 원픽은 상의를 탈의한 섹시한 남성이었다.

아이언님은 메모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고 계셨다. 보기만해도 편안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작품이 탄생할 것을 예감할 수 있다.

먹는 것과 음식을 좋아하는 아멘님의 메모장에는 곱창, 김밥, 라면 등등 온갖 먹을 것들이 군침이 돌 정도로 가득 적혀있었고 아멘님은 역시나 맛있는 음식 이미지를 선택하셨다.

다른 일정으로 매번 일찍 가셔야 하는 한내들님은 시원한 겨울 작품을 만들고 흐뭇하게 나가셨다.

뇌성마비 장애인 수강생들의 AI 작품을 보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들, 누구나 사랑스러워하는 예쁜 것들을 소재로 만들어낸 그들 내면은 누구보다 가장 인간적이고 순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 친구 사귀고 싶어요’

‘섹시한 남자와 집에서 함께 즐겁게 춤도 추고 놀고 싶어요.’

’ 해변에서 남자와 손잡고 걷고 싶어요.‘

’ 이렇게 더운 날 겨울에 내리는 눈이 그리워요 ‘

’ 자연과 함께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 맛있는 게 좋아요. 먹는 게 즐거워요.‘

이토록 솔직하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예술 작품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