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먹인다는 것
복지관 건물입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공사 소음이 들렸다. 카페테리아가 새 단장을 하고 있었다. 커피가 단돈 천 원이라 매우 마음에 들었던 복지관 1층에 위치한 카페가 더 매력적으로 변신할 예정이라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교실에는 한내들님을 제외하고 5명 모두 책상 앞에 앉아계셨다.
“여러분, 아침 드셨어요?”
“네~ 그래도 배고파요”
“맞아요. 저도 배고파요. 오늘은 아침에 바빠서 아무것도 챙겨 먹지를 못했네요.”
모두들 끄덕끄덕 내 말에 귀 기울인다.
“그런데 어쩌죠? 하필 오늘은 디저트 그리기를 할 거라서 그림 그리면서 더 배고플지도 몰라요. 하하”
수강생들도 따라 웃는다.
한내들님이 들어오신다. ”어서 오세요 “ 한마디를 하고 하던 말을 계속 했다.
“대신 제가 맛있는 간식 하나씩 드릴게요. 제 친구가 수입하는 캔디인데 이태리에서 온 거라네요. 이거라도 먹으며 잠시 이태리도 다녀오고 배고픔을 달래보아요.”
캐러멜같이 부드럽게 씹히는 캔디를 하나씩 나눠드리고 마지막으로 한내들님에게 드렸다.
한내들님은 말씀을 못하신다. 드로잉 수강생들 중에서는 심한 중증 장애를 가지셨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고 살짝 왼쪽으로 기울어진 얼굴을 가누며 큰 눈을 꿈뻑이며 말없이 나타나신다. 손의 움직임이 경직되어 있어서 드로잉펜슬을 종종 떨어뜨리신다. 침을 자주 흘리셔서 턱받이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음에도 바지가 흥건히 젖어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내가 음료수를 모두에게 사드렸을 때, 한내들님은 어떻게 드시지? 하고 잠시 당황했었다. 손으로 음료컵을 들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 빨대로 음료수를 빨아먹을 수도 없으신데… 수업 끝나고 나서 드시면 얼음이 다 녹을 텐데..이를 어쩌나
그때 한내들님이 얼굴이 천장으로 향했다.그리고는 “아..”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셨다. 입을 크게 벌리셨다. 재빨리 눈치를 채고 컵을 들어 한내들님의 큰 입 속으로 음료를 부어드렸다. 꿀럭..꿀럭 음료 넘어가는 소리가 걱정이 될 정도로 크게 들렸다.
지난주 음료수를 입속에 부어드린 경험으로 이번엔 캔디를 입안으로 조심스럽게 쏙 넣어드렸다. 목에 걸리면 큰일 날까 봐 최대한 아랫니 바로 뒤, 혀 밑으로 살포시 얹어드렸다.
마법의 큰 입은 걱정과는 달리 무엇이든 꿀떡꿀떡 잘 받아먹는다.
스마트티브이를 켠다. 오늘의 디저트 그림인 도넛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감탄이 쏟아진다.
배고픈데 ‘맛있겠다’는 의미였다.
수강생들은 도넛 위에 알록달록 예쁘고 맛있는 크림과 토핑을 올리신다.
아멘님은 오늘 저녁 맛있는 곱창을 드시러 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도넛 작품에 ‘도나셋’이라고 적으셨다. 연륜이 느껴진다. 귀여우시다.
초코빵님은 그림위에 가격을 적으셨다. 처음에는 50억이라고 하시더니 5,000원이라고 적으셨다.
맛있는 그림을 그린 오늘은 식욕이 솟구친다.
다음 주에 공사가 완료될 카페테리아가 기대된다.
오늘은 수업 끝나고 커피와 도넛을 꼭 사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