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을 불러온다는 해바라기 그림
“안녕하세요”
수강생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 수업은 해바라기 꽃밭을 그려 볼 거예요.
해바라기 그림은 좋은 기운과 복이 들어온다고 하죠.
집안에 액자에 걸어 장식으로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자~ 여러분 질문 하나만 할게요. 해바라기 그림을 그릴 때 오토데스크 스케치북 어플에서 어떤 기능을 사용할까요?”
누군가 “도형이요.”라고 대답한다. 또 다른 곳에서 “대칭이요”라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칭이라고 말씀하신 아이언님을 향해 “딩동댕“을 외친다.
대칭을 활용해 5초 만에 해바라기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 드린다. 모두들 개성있는 해바라기를 그렸다.
시간적인 여유가 되는 분들은 다른 것도 그려 보신다. 복제를 여러 번 하면 넓은 들판 위의 해바라기 꽃밭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문구 하나씩 적어본다.
관심 있는 오빠를 향한 마음, 시적인 표현들, 가족을 생각하는 사랑 등등 모두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수업이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보조기구를 잡고 걸어가는 실버님을 보았다.
“실버님~ 어디 가세요?”
“저기..벤치에..앉.으..려고요.”
“같이 앉아서 얘기해도 되죠?”
“네..선생님.안.바..빠요?”
“네~ 오늘은 시간 좀 있어요.”
“저는..좋아.요.“
“보통 이렇게 벤치에 앉아서 무슨 생각해요?”
“좋은 사람..들 생각해요.나한.테 나.쁘..게 하지 않..은사람.들이.요.
“저 같은 사람이요? 하하하하”
실버님의 말을 듣고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할말이 없어진 나는 농담으로 받아치고 혼자 웃었다.
나는 이어 말을 했다.
“참! 지난번에 우리 전화번호 교환하고 문자 주고받았잖아요. 카톡을 찾아보니 실버님이 있어서 카톡 보냈는데 봤어요?”
“아.. 저 핸드폰 정지했어.. 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아.. 서.. 요.”
아.. 어떤 일로 상처받았는지 궁금했지만 더는 물어볼 수 없었다. 더 상처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가 봐온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보였다. 말의 전달력이 약해서 대화가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깊은 대화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짐작만 할뿐.
이
대화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나쁜 사람들은 걸러내고 싶은 실버님의 마음을 조금 들여다봤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끔 타인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오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당히라는 것도 나에게는 필요하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받아주고 애를 써준다고해도 나는 복지관의 디지털드로잉 선생님일 뿐이다. 그녀의 엄마가 아니다.
스노우 어플로 재미있게 사진 몇장을 찍고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오셔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부디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상처받지 않고 아름다운 해바라기처럼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