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그리기
오늘도 30분 전에 도착했다.
복지관 카페테리아 리뉴얼 공사가 끝났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음료 메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추가된 메뉴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밀크티였나...흠..
어쨌든 새로 추가된 메뉴는 2,000원이라고 한다.
1층 카페테리아 앞에 복지관 담당자가 서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했다.
누군가 음료를 바닥에 쏟았는지 조심해서 지나가라고 일러주셨다.
교실에 들어가니 아멘님이 혼자 앉아계셨다. 무표정한 아멘님은 참으로 솔직하시다. 음식과 아이언님 이야기에만 웃으신다. 내가 반갑게 인사해도 시큰둥하시다.
한결같은 태도에 존경심마저 든다.
아, 한 개 더 있다. 음악
“아멘님! 심심하시죠? 음악이라도 들을까요? 무슨 노래 듣고 싶으세요? “
“김밥이요.” 예상대로 자두의 김밥 노래를 말씀하신다.
아멘님의 최애곡은 자두의 김밥이다. 종종 유튜브로 시청하고 계신 것을 보았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화색이 돌면서 열창을 하신다.
오늘은 오카사님이 안보이신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
5명이 모여 앉았다.
“여러분~ 지난주에 도넛 그리기 어떠셨어요? 오늘은
햄버거를 그릴 예정이에요. “
여기저기 맛있겠다는 소리가 난다.
햄버거는 레이어를 단계별로 활용하기 좋은 수업이다. 첫 번째 레이어에는 빵을 그린다. 그러고 나서 쇠고기 패티를 그린다. 그릴 모양으로 탄 것처럼 먹음직스럽게 구운 효과를 내본다. 그리고는 특별한 노란 소스를 얹는다. 양상추를 올리고…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 같다.
우리는 맥도널드 로고송에 맞춰 그리고 있다.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빠라빠빠빰”
색감을 위해 토마토를 추가했다. 꼬르륵...
내 유튜브에 올린 레이어별로 재료들을 착착 쌓는 영상을 보여드렸다.
초코빵님은 과감하게 보라색을 처음부터 사용하시길래 손이 말을 듣지 않아 색을 잘못 선택하신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블루베리빵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정하셨다고 하셨다. Great!
맛있는 햄버거 그리기 수업이 끝나고 오늘도 아멘님의 아이언맨님을 향한 기도를 듣고 마쳤다.
수업이 끝나고 복지관 담당자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잠시 후, 다른 직원과 함께 오셨다.
월요일, 화요일 다른 그룹 미술활동 수업을 해줄 수 없겠냐는 제안이었다. 열심히 소통하고 즐겁게 수업하는 모습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 그분들은 심한 중증 장애인이라고 했다. 기면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있고 누구의 도움 없이는 미술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도 있다고 했다.
담당자들은 나의 반응을 살폈다. 중증장애인을 가르쳐야 한다는 걱정보다는 얼마 전에 다른 곳에서도 제안이 들왔기에 그곳과 수업이 겹치는 것이 문제였다.
6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드로잉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이었다.
스케줄을 정리해 보고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오전 시간을 외부 강의로 꽉 채우는 것이 올해 나의 목표였는데 계획대로 되어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노홍철 인스타그램의 단골 태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