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번째 시
집 앞 건널목, 한 발을 떼면
길 건너 아닌, 어딘가로 흘러간다
발 밑은
단단한 아스팔트인데
익숙함은 찰나의 착각일 뿐,
매 걸음, 매 순간
다름으로 인도된다
어제와 같은 길, 어제와 같은 건널목,
그러나 오늘은 어제가 아니다
하늘은 여전히 같은 높이인데
오늘은 더 깊다
바람은 같은 방향인데
왠지 더 멀리서 온 듯하다
내가 알던 세상 속엔
끝없는 세상이 숨어 있다
눈을 돌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멈춰 서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것들
건널목 너머의 나는 깨달았다
나도 더 이상 어제의 내가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