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은 큰돈이다, 그 동전의 크기만큼
조그만 손 가득한 그 동전을
땀이 차도록 움켜쥔다
혹시나 떨어질까, 빠져버릴까
사거리 슈퍼까지 재빨리 뛰어간다
뚱뚱한 배를 두드리며 거드름 피우던
그 녀석이, 이제 내 손에 들어왔다
설탕보다는 고급스러운
뭔가 상쾌한 것 같은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숨도 쉬지 않고 계속 빨아들인다
쉼 없이 이 맛 안에 머물고 싶다
바나나'맛'이라는데
바나나가 무슨 맛인지 모르던 나는
그만
이런 게 바나나 맛인 줄 알게 되어 버렸다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기억 속에만 있는 그 맛, 내가 아는 맛
가장 무서운 게 아는 맛이다
가끔 그 맛이 그리울 때면
바나나 맛과는 다른
바나나'맛'우유를 하나 사 본다
그 맛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