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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

마흔일곱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500원은 큰돈이다, 그 동전의 크기만큼

조그만 손 가득한 그 동전을

땀이 차도록 움켜쥔다


혹시나 떨어질까, 빠져버릴까

사거리 슈퍼까지 재빨리 뛰어간다


뚱뚱한 배를 두드리며 거드름 피우던

그 녀석이, 이제 내 손에 들어왔다


설탕보다는 고급스러운

뭔가 상쾌한 것 같은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숨도 쉬지 않고 계속 빨아들인다

쉼 없이 이 맛 안에 머물고 싶다


바나나'맛'이라는데

바나나가 무슨 맛인지 모르던 나는

그만

이런 게 바나나 맛인 줄 알게 되어 버렸다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기억 속에만 있는 그 맛, 내가 아는 맛

가장 무서운 게 아는 맛이다


가끔 그 맛이 그리울 때면

바나나 맛과는 다른

바나나'맛'우유를 하나 사 본다


그 맛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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