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교과서 잘 될까?

by 깊고넓은샘

나는 AI교과서를 잘 모른다. 솔직히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몇 년 안에 사라질 것에 내 귀중한 에너지를 투입하기 싫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AI교과서는 몰라도 학교는 알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 선도학교에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스마트 패드 엄청 주더라. 구글 로그인도 안 된 기기들을 끌어안고, 한 개씩 와이파이 잡은 다음, 생성한 아이디로 로그인을 시켰다. 내 쉬는 시간이 사라졌다. 새로운 앱을 좀 설치해서 쓰려니, 이건 뭐 하나씩 또 깔아야 한다. 컴퓨터실엔 일괄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이라도 있지, 이건 오로지 노동이다. 처음엔 우리 반 똘똘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것도 한두 번이지, 결국은 내 일이었다.


와이파이, 교육청에서 일괄로 깔아줬다. 한 반, 두 반 같이 접속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라. 인터넷이 먹통이네. 인터넷 회선을 어떻게 해놓고 쓰라는 건지. 사용 시간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쓸 거면 그 많은 패드는 왜 필요하고, 과서를 돌아가며 쓰나? 디지털 교.과.서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초를 치기 싫다. 부정적인 이야기, 비관적 전망을 하기 싫다. 하지만 왜, 늘 졸속으로 추진되는 정책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AI교과서가 제대로 되려면, 최소한 몇 년에 걸쳐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학교 설비적인 면도 갖추고, 교원들도 연수 등을 통해 준비를 시켜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 까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 임기 내에 결과를 내야 하니까. 학교는 그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휩쓸려 왔다. 열린 교실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다. 영어 원어민 강사, 스포츠 강사, 영어 전문 강사, 지금은 돌봄 전담사에 학습 지원튜터, 앞으로 생길 늘봄전담실장까지 그 흔적이 학교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제는 학교에서 마주친 '저'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제발 잘하자. 교육은 좀 잘하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왜 한 해, 한 해 다르니?

keyword
이전 21화한글, 언제까지 익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