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의 이름으로

두 번째 이야기

by 깊고넓은샘

당뇨의 이름으로


어느 날 문득 당뇨가 내게 찾아왔다. 이전에는 당뇨를 뭐라고 부르던지 나랑 1도 상관이 없었다. 별 상관도 없던 당뇨라는 병명이 이제는 나를 언짢게 한다.


그렇다. 내가 가진 질병의 이름은 '당뇨'이다. 달달한 오줌, 당이 오줌으로 배출되는 증상을 그냥 병명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무신경한 작명이라니. 이 이름을 붙인 자는 천벌을 받을지어다.

장염이 걸려서 설사를 한다고 해서 병명을 설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민간에서 설사병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정식 병명은 아니다. 병의 원인이 장에 염증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장염'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당뇨는 병원에 가도 당뇨다. 그냥 당뇨병이다.


당뇨도 병의 원인으로 부를 수 있다. 1형 당뇨는 '인슐린 분비 이상', 2형 당뇨는 '혈당 조절 이상'이나 '인슐린 저항증' 등으로 부를 수 있겠다. 이렇게 보면 1형 당뇨와 2형 당뇨는 거의 다른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핏속에 당이 많다는 것만 같을 뿐, 그 원인이나 진행 경과가 완전히 다르다. 그런 이 둘은 묶어 그냥 당뇨로 퉁친 무신경함은 놀라울 정도다.


1형 당뇨: 자가 면역 질환. 면역 시스템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파괴하여 발생하는 질환.

2형 당뇨: 세포들이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아(인슐린 저항성) 생기는 질환.


그들의 과오로 나는 '당뇨인'이 되었다. 내 소속은 당뇨인이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나마 당뇨환자보다는 당뇨인이 좋다. 굳이 아픈 사람임을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단거 좋아하냐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그게 당뇨인의 숙명이다.


당뇨의 이름으로, 내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

keyword
이전 01화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