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

첫 번째 이야기

by 깊고넓은샘

들어가며


이 책은 의학서가 아닙니다.


에세이입니다.


당뇨와 함께 살고 있는 생존자의 생생하고 치열한 삶의 기록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이야기는 '예상치 못했다'로 시작된다. 이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인생에는 늘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등장한다.


30대를 시작한 무렵, 난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모든 것은 나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시작되었다.


40살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우리 예민한 딸은 하루종일 울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이미 육아에 찌들어 있던 와이프가 내 두 팔에 아이를 넘기고는 쉬러 갔다. 아이는 높이 감지 센서를 달고 태어나서, 한 시도 바닥에 내려놓을 수 없었다. 밤새도록.


아기를 안고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잠들어서 아기를 떨어뜨린 적도 있고, 아파트가 떠나가라 우는 아이 때문에 밤새 유모차를 끌고 공원을 걷기도 했다. 부족한 수면과 피로 누적에 몸은 점점 망가져 갔고, 아이가 두 돌이 되는 해, 건강검진에서 당뇨 이야기가 나왔다.


내 나이 고작 마흔두 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때서야 당뇨로 고생하신 작은 아버지도 떠오르고, 늘 혈당을 재던 아버지도 떠올랐다.


비만이랑은 평생 연이 없던 내가 당뇨라니. 답은 가족력이었다. 내 생각에 당뇨는 유전이다. 똑같이 많이 먹어도 유전자에 당뇨라고 새겨 저 있는 사람은 당뇨가 되고, 아닌 사람은 비만이 된다.


당뇨약, 메트포르민을 처방받아먹기 시작하면서,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구나 싶었다. 메트포르민은 국민 당뇨약이자, 당뇨약의 기본이다. 메트포르민의 좋은 점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며, '관리만 잘하면 일반인보다 오래 살 수 있다.'라고 되뇌었다.


메트포르민

간에서 당이 나오는 것 억제하여 공복혈당을 낮춰주고, 인슐린저항성도 낮춰주며, 당의 흡수도 억제해 주는 만능 당뇨약.

항노화, 항암, 심혈관 개선 효과도 있다고 함.


당뇨 진단 후 한두 달은 공부의 시간이었다. 유튜브에 당뇨 콘탠츠가 그렇게 많은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우리나라에만 300만 당뇨인이 있다 하니 환자 본인과 그 가족들까지 치면 당뇨와 연관된 사람의 수는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다. 당뇨에 좋은 것, 피해야 하는 음식, 운동, 당뇨약, 시간만 나면 그런 것만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알게 된 지식으로 계속 관리를 하고 있으니,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중요한 건 유튜브든 책이든, 생각보다 부정확한 지식들이 온 세상에 잔뜩 뿌려져 있었다. 모든 지식은 반드시 크로스 체크하고 선별해서 나에게 맞는 것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내 당뇨인으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벌써 5년을 넘겼다. 이제 5년 생존 당뇨인이 되었다. '건강하게 살아남자.' 그게 내 인생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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