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리브레, 이건 자유야
당뇨인에게 혈당 측정이 중요한 건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혈당을 재는 것은 쉽지 않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혈당측정기와 알콤솜, 채혈기 등을 꺼내서 측정을 준비하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끌어모은다. 피를 내는 행위도 그렇고, 그 뒤처리도 쉽지 않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자주 재기는 힘들고,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 정도만 겨우 재게 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연속 혈당 측정기'이다. 기존 혈당 측정이 직접 피를 뽑아서 피 속의 혈당을 측정했다면, 연속 혈당 측정기는 피부에 바늘을 삽입하여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2형 당뇨인에게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심하지만, 그래도 피를 뽑지 않아도 된다는 점, 혈당의 변화를 즉각 알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내가 쓰는 제품은 프리스타일 리브레(Libre) 인데, 이름은 아마도 자유(Liberty)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름 그대로 이 제품은 나에게 자유를 주었다. 예전에 쓰던 리브레 1세대 제품은 스마트폰의 NFC로 센서를 태그 하면 5시간 동안의 혈당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센서를 달아놓고 하루에 몇 번만 갖다 대면 24시간 동안의 혈당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정말 혁신적이었다. 지금 사용하는 리브레 2는 더 좋다.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되어 스마트폰을 태그 하는 것을 잊어도 센서가 실시간으로 혈당 기록을 보내준다. 물론 NFC 기능도 지원한다.
리브레는 나에게 채혈에의 자유를 주었음은 물론 식사의 자유를 주었다. 왜 식사의 자유 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일단 연속혈당측정기는 무엇이 나에게 혈당을 얼마나 오르게 하는지 속속들이 알게 해 준다. 무지가 우리를 두렵게 만들고, 어리석게 만든다. 알아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은 달고 혈당을 올릴 것 같지만,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혈당이 잘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단 것이 먹고 싶으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편이다. 하나하나 먹어보고 혈당이 얼마나 오르는지 확인하면, 내가 무엇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알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요즘 일반인들이 다이어트용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혈당 스파이크(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현상)가 주목을 받으면서 혈당을 급격하게 오르게 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뇨인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서 한 번쯤은 사용해 보기를 권하는 편이다.
식후 2시간 후에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혈당이 300을 찍고 내려온 건지, 아니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기술의 발전이 비밀에 싸여있던 혈당의 지도를 열어준 것이다. 그래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해 준 분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아직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일단 피로 재는 것과 측정값의 오차가 발생한다. 물론 피와 채액의 차이 때문에 10분 정도의 시간 차가 발생한다. 밥을 먹었을 때, 흡수한 당이 혈액으로 이동하고 채액까지 이르는데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차가 분명히 있고, 아무래도 피로 재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센서를 달고나면 두 가지 측정값을 반드시 비교한다.
다른 문제는 이미 언급했던 문제, 금전적인 문제이다. 센서는 약 2주 정도 사용할 수 있으니 한 달에 2개가 필요하고, 개당 가격이 9만원 정도이니 한 달에 18만원이 필요하다. 매달 이렇게 사용한다면 그 금액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1~2번 사용해 보고, 맞춤 식단과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나는 절제력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고, 수면 상태에 따라,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혈당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매달 18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제발 건강보험 적용을 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수명을 위해, 건강을 위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 그냥 18만원을 지출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잘 알아야 한다. 내 몸을 알아야 하고, 먹거리를 알아야 하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알아야 관리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