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은 주치의가 필요해

여섯 번째 이야기

by 깊고넓은샘

당뇨인은 주치의가 필요해


나는 매달 한 번 내과를 방문한다.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한 달치 약을 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우리 아파트 상가 2층에 있는데, 병원은 가까운 게 최고라는 나의 신념에 따라 선택되었다. 지금은 나의 주치의가 되어버린 의사 선생님은 20년째 우리 아파트 상가를 지키고 있는 장승같은 분이다. 접수대에 붙어있는 빛바랜 흑백자격증은 이 분의 지나간 세월을 보여준다.


이 병원의 유일한 진료실에는 2대의 컴퓨터가 있는데, 그중 한 대는 진료용이고, 남은 한 대는 온라인 게임용이다. 본인은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나, 매와 같은 나의 눈은 게임 캐릭터창을 보고 말았다. 참 독특한 분이다.

또 감기로 병원에 가면 증상에 상관없이 늘 같은 약을 처방하는 사이보그 의사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병원을 5년째 다니는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선생님에게서는 나와 동족의 향기가 난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약 90% 정도의 확률로 이분은 당뇨인이다. 분명하다. 소박한 도시락 구성이나 예상보다 너무 구체적인 조언 때문에 긴가민가 했는데, 새로 나온 약에 대해 아는 유일한 분야가 당뇨라니 너무 확실하지 않은가. 당뇨인 의사라니, 믿음이 간다.


두 번째 이유는 짧은 대화에 있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대화가 이렇다

"혈당이?" "식후 130입니다."

"괜찮네. 뭐 매우 괜찮은 건 아니고."

"불편한 건 없죠?" "네."

끝이다. 이 얼마나 군더더기가 일절 없는 대화란 말인가. 같은 질병으로 5년째 진료를 보면, 딱히 새로울 게 없다. 예상 가능한 질문과 답변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중요한 점은 당뇨는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고, 이왕이면 내 경과를 잘 아는 분이 연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게 좋다. 엄청난 명의가 필요하기보다는 평범한 장수 의사가 필요하다.

부디 선생님이 오래오래 현업을 계속하셨으면 좋겠다. 의사도 정년이 없지 않은가. 온라인 게임 레벨업 열심히 하시고, 틈틈이 진료도 보시고. 늘 건강하시면 좋겠다. 선생님은 아실까? 내가 본인의 무병장수를 빌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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