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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

예순아홉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어제와 같은 오늘



그가 말했다

발전해야 한다고, 전진하자고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건

퇴보와 같다고


나는 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축복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길 위에

부드럽게 깃드는 햇살과

익숙한 골목을 감싸는 바람


어제와 같은 커피의 향기 속에서

당신과 나누는 사소한 말들이

조용히 시간을 쌓아 올린다


세상은 쉼 없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작은 순간들,

그것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런, 오늘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미처 몰랐고, 지금도 충분히 모른다


마지막의 마지막도

부디, 어제 같아서 더없이 따뜻한

오늘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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