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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일흔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냄새



함께한 시간만큼

그 체취가 새겨진다


실접촉시간, 실제로 맞닿아 있었던

같이 보낸 시간만큼, 딱 그만큼은

지나야 벗어날 수 있다


지워지지 않는 냄새는

코끝에서 어른거리며

마음 깊숙한 서랍을 열어젖힌다


그 안에서 쏟아지는 기억들,

기쁨과 아픔이 뒤섞여

향기인지 잔향인지 모를 무게로

깊숙이 내려앉는다


시간이 무서운 건

서로의 숨결까지도

얽혀버리기 때문


베갯잇에 스며든 익숙한 냄새

습관처럼 문득 찾아오는 향기

그리움과 후회가 엉켜드는 공기 속에서 나는 오늘도 기억을 되새김질한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이 냄새가 흐려지고 흐려져

은은한 향기로 남을까


옅은 미소에 흩날리는

흐릿한 추억이 될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문득 스치는 바람에 실려오는

그 향기가 나를 멈춰 세운다


결국, 모든 냄새는 기억이다

지울 수 없는 체취로 남아

우리의 시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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