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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일흔두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끼니



끼니,

시곗바늘이 일러주는 시간표 위

정확하게 놓은 지점


누군가에겐 생존의 절박함

또 다른 이에겐 하루를 견디는 위안


입 안에 넣고

천천히 씹고

조금은 감사하게 넘기는 일


때론

컵라면의 김이 얼굴을 스치고

편의점 냄새나는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속인다


대충 삼키고

한 끼 한 끼 때우며 살아내는 하루들


꾸역꾸역 밀어 넣은 그 조각들이

속을 긁는다


'네가 너를 대충 다룬다.'


가끔은

된장국의 따스한 온기,

김치 한 조각의 진심이

식탁에 내려앉는다


한 끼를 위해 마주 앉은 사람들

눈을 맞추고, 젓가락을 맞대고

하루를 나눈다


그럼 끼니는

몸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데운다


지금 이 순간,

이 한 끼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


그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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