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우리 사랑

by 박모범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다 보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흘려 듣게 된다. 대부분의 내용을 듣지 않은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내 회사 생활도 답답해 죽겠는데 남의 상사의 복장 터지는 히스테리라던가 마음에 안 드는 친구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기에는 내게 남은 인간에 대한 궁금증의 양이 현저히 작다. 알아두면 쓸데는 커녕 머리만 아픈 이야기 속에서도 아무리 피하려 해도 종국에는 찬찬히 듣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남의 사랑 이야기다.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사랑 이야기 만큼은 나도 모르게 듣게 될 때가 많다.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이 적당한 배우자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나와 그들의 이상형을 비교해볼 때도 있다. 대부분 자존감이 박살나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 슬프지만 말이다. 사랑 이야기 중에 꽃은 이별과 첫 만남이다. 전자는 버라이어티하지만 후자는 보통은 비슷하다. 그래서 이왕 들을거면 전자가 재밌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라고 해봤자 멋있었다. 자상했다. 예뻤다. 떨렸다. 정도의 형용사 수식어로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지만 헤어졌다는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명사와 동사의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거기다가 이것이 현실인지 픽션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남의 사랑 이야기가 들을때마다 즐겁지만 스스로가 너무 오래 듣는다는 것을 자각하면 얼른 이어폰을 낀다. 그들의 대화는 쉽게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잔상으로 남는다. 다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하고 싶어하거나 사랑하구나. 그러다가 최근에 누구도 뜨겁게 안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들의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나를 조금 슬프게 만들었다.


휴대폰 플레이리스트가 돌고 돌다 검정치마 노래가 나왔다. '젊은 우리 사랑'. 젊은 피가 젊은 사랑을 후회할 수 있을가. 언젠가는 나도 누구의 버림을 받겠지 그래도 나는 아무 상관 없는 걸. 지리멸렬한 사랑 놀이에서 벗어나서 만족스럽다가도 '젊음', '우리', '사랑' 세 단어중에 몇 가지나 내 삶과 관련이 없어진걸까 생각이 들어 혀 끝이 까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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