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카 바다에서 생긴 일

Clarice Lispecto, <The Dead Man at Urca>

by 수련


브라질 여성 작가 클라리스 리스펙토르. 그가 1974년에 엮어낸 단편집 “Onde Estivestes de Noite (where you were at night)”에 실린 짧은 소설이다. 수수께끼 같은 단어들을 의심하고 곱씹어 보게 되는 작품, 그래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새 감상이 자리한다.


이야기는 우르카로 새 드레스를 가봉하러 간 여자, 그리고 죽음을 맞게 된 남성의 이야기가 나란히 중첩되며 진행된다. 더 정확히는 죽음을 전해 들은 여자가 남자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그런 감상을 즉발적으로 툭툭 내놓는 글이다.


나는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다. 죽은 남자는 갖고 있을까? 그랬다. 그는 우르카 해변으로 수영하러 갔다.
바보같이. 그리고 죽었다. 누가 주문했을까? 바다에서 수영할 때 나는 조심한다. 나는 멍청하지 않으므로, 우르카에 가는 것은 드레스를 가봉할 때뿐이다.


여자는 '나는 죽고 싶지 않아'를 거듭 외치지만 이내 '푸른 바다 때문이 아니라, 열기에 죽어가는 나'라며 자신을 죽은 존재로 인식하고 만다. 아름다운 드레스만을 기대하던 여자는, '죽음'이라는 다소 불편한 진실이 덮쳐오는 걸 당해낼 도리가 없다. 그녀를 죽게 만든 열기는 다름 아닌 죽음에 대한 상념, 불안, 공포이고 그것이 그녀의 얼굴을 뜨겁게 에워싼 게 아닐까.


작품은 우리의 전통적인 독서 경험을 보란 듯이 배신한다. 즉 인물화, 인과관계, 합리성 등의 규칙을 무시한 채 ’바다에 피라냐가 있었을까?‘ ‘노란 구름이 있을까?’ 등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잡이로 뿌려놓고, 이미지 조각을 맞추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넘긴다.


작품은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죽음을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지만, 사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는 마음, 즉 낯섦, 두려움, 불안, 공포와 같은 아득한 감정을 온전히 경험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를 정형화지 않은 방식으로 제공하며, 죽음의 충격 또한 이렇게 우연찮은 방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Jorge Luis Borges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르카 바다가 매력적인 이유를 보르헤스의 ‘쾌’ 개념에서 찾는다면, 이 작품은 배를 부여잡고 웃게 만들지도, 해피엔딩으로 만족을 주지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딘가 모를 찜찜함과 아리송함을 남긴다. 대신에, 인간 존재라면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심리를 건드린다.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릴수록 의식하지 못했던 감정의 심연을 마주하게 되고, 이로부터 모종의 ‘쾌’를 느끼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keyword
팔로워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