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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Aug 30. 2015

내 책 관찰기(5) : 임꺽정 - 홍명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0권을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거실 책꽂이 맨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임꺽정(전 10권)입니다.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열심히, 푹 빠져서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푹 빠져서 열심히 읽는다란, 예를 들어 지하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 가는 동안에도 책을 덮지 않고 읽을 정도로 손에서 떼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임꺽정'은 말 그대로 이거 읽는 동안은 다른 거 전혀 못 읽고 이것만 읽었습니다.(지하철 타고 다니면서도 읽었는데 정말 내리기 싫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데, 당시 문법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 중간중간에(때로는 수업 시간 내내) 이 책의 내용을 1권부터 차근차근 재미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게 너무 기억에 남아서 대입만 끝나고 나면 이 책을 반드시 읽겠다는 결심을 하고 대입이 끝난  직후부터 한 권씩 사서 읽었습니다. (당시에 어머니께서 그 많은 책과 이야기 중에서 하필 도둑놈 이야기냐고 핀잔을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는 그냥 글자만 읽었고 문학으로서 사료로서의 가치는 잘 모르고 읽었다면

얼마 전 두 번째 읽을 때는 비로소 이 책의 가치보이더군요.


시대적 배경은 조선 중기 연산군부터 명종 때까지의 혼란했던 시기입니다. 바로 임꺽정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임꺽정의 탄생 배경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가는데요, 1권 봉단 편과 2권 피장편까지가 그 배경에 해당합니다. 3권 양반 편을 통해 왜 임꺽정 및 그의 의형제들이 화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시대적인 배경을 거시적으로 한 번 훑어주는 치밀함도 보이면서 4권 이후부터 본격적인 임꺽정 및 청석골 패거리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명지대 유홍준 교수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임꺽정'을 추천하면서 이 소설이 실제 기록 및 고증에 기반한 최초의 역사 소설이라면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데요, 그 당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간략하지만 정확한 요약 및 전달은 이야기 전개에 사실적인 재미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소설로서의 재미와 역사 사료로서의 가치 둘 다 가지고 있는 훌륭한 책이고요, 저자의 치밀함과 꼼꼼함이 전 권에 가득히 담겨 있어서 그 밀도도 대단합니다. 필력이라고 하지요, 10권까지 가는 동안 힘이 전혀 빠지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힘 또한 대단합니다.


시간 내서 한 번쯤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인데 푹 빠시간을 좀  만들어야겠습니다...

 

벽초 홍명희(1888~1968).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과 함께 조선 3대 천재로 불리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일제의 탄압으로 1940년부터 저자가 연재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홍명희가 서술한 임꺽정의 결말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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