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 김영하
음,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닙니다...
#1 불완전 연소하는 캐릭터들
주인공인 민수도, 그의 할머니인 최여사도, 전/현 여친들도, 심지어는 주인공이 물려 받은 집을 빚대신 받아가는 곰보빵 할아버지까지 모든 캐릭터들을 사용하다 마는 것 같습니다. 100미터 달리기를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서는 달리기 선수들의 집합, 이런 비유면 적절할까요?
김영하 작가께서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을 지닌, 이 시대 20대들을 향한 연민이 창작의 동기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들의 불행함과 무기력함보다는 어정쩡함이 눈에 계속 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그 어정쩡한 캐릭터들 때문에 솔직히 좀 지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들은 그 나름의 목적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지 아니면 수직으로 달리다가 충돌하던지 아니면 서로의 궤도에서 아예 벗어나던지, 명확하는 희미하든 등장 및 사용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이 작품은 그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시대의 단면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려다가 애매한 등장인물들만 양산해낸 것 같습니다.
#2 상징인듯 상징 아닌 것 같으면서 상징이려고 애쓰는...
온라인 퀴즈 커뮤니티 및 퀴즈쇼 집단을 일종의 상징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짐작을 해봅니다만 사실 그리 와닿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퀴즈쇼라는 소재를 왜 선택하고 사용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현실의 삶이 퀴즈쇼 그 자체이며, 삶의 치열함과 엄정함은 외양만 바뀌었을 뿐 본질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다는 고도의 은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솔직히 좀 뜬금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하 작가님의 작품은 계속 읽을 예정입니다. 상당히 독특한 문장력과 통찰력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분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